1000억원대로 평가받았던 국민은행 ATM(현금자동입출금기) 프로젝트의 수주전이 효성과 청호컴넷의 ‘나눠 먹기’로 사실상 막을 내린 가운데, 저가공급으로 인한 휴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740대(1차 60대, 2차 350대, 3차 2330대)를 3차에 걸쳐 구매한 국민은행의 이번 프로젝트는 단일 ATM도입건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 은행 측은 “아직 공식계약 전이라 아무 것도 밝힐 수 없다”고 함구하고 있으나, 해당 업체는 “전화통지를 받았다”며 수주사실을 시인했다. 대략 효성이 1차 22대, 2차 350대, 3차 1640여대등 총 2000여대를, 청호컴넷이 1차 25대, 3차 690대 등 710여대를 공급키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규모만큼이나 공급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대당 평균시장가격이 2800만~3000만원인 ATM기를 약 2100만원대에 공급, 대당 650만~700만원씩의 손해(역마진)를 본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물론 공급업체간의 ‘제살깍기식 경쟁’이다. 업체들은 한 해 IT투자비용으로 수천억원씩(올해 예산 4900억원)을 쓰는 국민은행이 워낙 ‘큰손’이다보니 무리하게 저가 입찰을 해서라도 일단 ‘파이’를 선점하자는 유혹에 심하게 흔들렸다.

우려는 지난 4월 2차 입찰(350대분)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당시 효성 측이 대당 2150만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자, 경쟁업체인 청호컴넷과 FKM이 “ATM기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현금입출금모듈’을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가격을 대당 280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없다”며 덤핑의혹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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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회사중 청호컴넷은 결국 당시 효성 측이 제안한 것과 엇비슷한 가격대에 공급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가격이 대당 2800만원 밑으로 갈 수 없다”던 당시 주장대로라면, 청호컴넷은 이번 수주로 약 42억원(700대 기준)을 밑지게 된다. 지난 12일 주식시장에도 ‘ATM기 690대 수주’란 호재가 전해졌지만, 이날 청호컴넷의 주가는 오히려 200원(―1.21%)이나 하락했다.

반면, FKM 측은 “그 가격에 납품하게 되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은 고사하고 회사 자체가 위험해진다. 또 지금까지 정상가격으로 공급했던 다른 은행들에겐 뭐라 말할 것인가”라며 입찰을 포기하고 ‘정상가격 지키기’를 선언했다.

국민은행의 입찰방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은행 측은 4개사를 대상으로 기술설명회를 갖는등 기술 측면에서의 평가도 검토했지만 사실상 ‘최저가입찰방식’을 택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소리가 크다. “자동화기기는 일반 소모품과는 달리 가격(비용)논리 보다는 철저하게 성능과, 신속하게 장애에 대처할 수 있는 서비스능력 등이 구매기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 7월부터 금융권의 주5일제 근무시행으로 자동화기기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는 상황에서, ATM기의 고급화는 은행의 무인점포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자동화기기 업계의 시름도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효성과 청호컴넷 두 업체는 ‘형평성 차원’에서 다른 은행들에게도 국민은행과 같은 수준의 가격요구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 은행 구매담당자는 “당연히 우리도 국민은행 수준에서 공급받아야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기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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