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화를 외치며 해외로 뻗어나갔던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U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왜 세계 최고의 우리 인터넷 제품들이 해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일까. 또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디지털타임스는 지난 3일부터 7회에 걸쳐 ’인터넷 업체 해외진출, 시련에서 배운다’를 주제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추진하는데 있어 간과해선 안될 사항들을 점검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IT업계, 정부 및 학계 전문가를 초청해 ‘인터넷 업체들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편집자주>

◆ 일시 : 2002년 5월 14일

◆ 장소 : 디지털타임스 회의실

◆ 참석자

이동기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남영호 :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해외협력단장

안동수 : 씨오텍 대표이사

이상성 : 파이언소프트 대표이사

사회 : 홍대길 디지털타임스 편집국 인터넷부장

▲사회= 국내 인터넷 솔루션 업계의 화두는 해외 진출이다. 좁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사장시킬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부터 많은 국내업체들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상성 대표= 인터넷 솔루션 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개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로, 현재 700~800여 기업이 해외에 직·간접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에도 업체 중 90% 이상이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국내 시장은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해외에 진출한 후 1~2년 이상 투자를 각오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자금 조달 계획을 제대로 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업체들이 대부분 실패를 경험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본다. 해외 비즈니스 실패로부터 배우는 지혜롭고 효과적인 전략은 아직 수립되지 못한 단계라고 본다.

▲안동수 대표= IT 시장은 글로벌하게 열려 있다. 한국시장에서도 세계적으로 시장점유율 1위인 제품이 들어오면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국내 업체들은 도태된다. 국내 업체들도 세계적인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는데 힘을 쓰고, 꾸준히 회사를 성장시키려면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요즘 해외에서 실패하고 돌아오는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철저한 준비 없이 해외에 진출했던 경우다. 이제는 ‘해외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만 가지고 진출하던 시대가 지났다.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찾아서, 어떤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사회 = 실패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가진 기술력은 경쟁력이 있는지, 또 우리 업체들이 파고들 해외시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이상성 대표 = 진출하려는 대상 시장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국내 기술력과 레퍼런스를 가지고 성공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반면 중국 시장은 폐쇄적이지만 국내 업체들의 노하우와 앞선 경험을 인정해주는 편이다. 나라마다 시장 성숙도가 다르므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뚫을 것이냐가 중요하다. 기술력보다 어느 시장에 어떤 포지셔닝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이동기 교수 = 기술력은 해외 진출에 있어 최소한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충분조건은 고객에 맞게 제품을 현지화하고 경영을 현지화하는 것이다. 해외 진출을 시도할 정도의 업체라면 어느 정도의 기술력은 모두 갖추고 있을 것이다. 성공하지 못했다면 충분조건인 경영과 제품의 현지화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인터넷 업체들이 해외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실패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지금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남영호 단장 = 지난해 소프트웨어 수출이 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솔루션과 패키지 제품이 그중 1억달러를 차지했다. 1억달러는 전체 세계시장에서 볼 때 매우 적다. 소프트웨어 수출은 기존에 우리나라의 수출 패턴과 너무나 다르다. 지난 30년간 중소업체들은 샘플을 만들어서 해외에 들고 나가서, 점진적으로 진출하는 모델을 통해 성공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국내에서 만들어서 나가면 현지화되지 않아 먹히지 않는다. 게다가 ‘한번 써보세요’라는 식의 프로모션이 통하지 않는다. 한번 잘못 사용하면 회사에 타격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은 조합기술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내고 이것을 제대로 연결해야 한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국내 솔루션업체들의 해외 진출 전망이 밝은 편이다. 예전처럼 무작정 나가겠다는 업체들도 대폭 줄어들었다. 뭔가 알고 나가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사회 = 어떤 분야든지 학습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인터넷 업체들이 해외에 나가서 겪는 시행착오들은 무엇인가. 또 이를 밑걸음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방안은 무엇인가.

▲이상성 대표 = 주변에도 시행착오를 겪은 회사들이 많다. 대부분 현지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몇 명이 해외에서 시장조사를 한다며 나가 있다가 자금이 부족하면 축소하는 식이다. IT도 알고 현지도 아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까지 대기업 주재원들이 이 역할을 주로 담당했는데 그다지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또한 인터넷이나 벤처붐을 타고 해외로 나갔기 때문인지, 업체들이 모두 조급한 성과를 기대한다. 사업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억에서 수십억원을 들고 일단 팔아보겠다고 나갔다가 돈만 날리고 다시 돌아온다.

▲남영호 단장 = 그래서 소프트웨어진흥원 해외협력단은 해외 채널들을 초청, 국내의 좋은 벤더들과 연결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4차례 채널 초청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7~8월에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이유는 해외 채널들 눈으로 제품을 봐야 현지에서 팔릴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면 국내 업체들이 내수 제품을 그대로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초청된 해외의 유명 채널업체들이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지 비즈니스에서도 전혀 그 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례들을 자주 본다. 게다가 국내 벤처기업들은 욕심이 너무 많아 점진적인 확대보다 직접 판매까지 하려는 업체들이 상당수다.

▲이동기 교수= 지난해는 인터넷 업체들의 무모한 시도가 난무했던 때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해 볼 때 인터넷 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들도 지금까지 90% 이상 해외에서 실패했다. 벤처기업들은 ’벤처’에다 ’해외시장’이라는 두가지 위험을 안고 있다. 이것이 벤처기업의 딜레마인데, 이 위험성을 어떻게 최소화하는가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작은 실패에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다. 플록터앤갬블과 같은 회사도 일본에서 크게 실패했다. 거스 히딩크도 비난을 받으면서 기초를 다지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새로운 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아침에 성공하는 법은 없다. 투자가 적게 들어가는 방식부터 차근차근 밟아야 한다.

▲남영호 단장 = 미국 아이파크에 입주 업체들을 60여개에서 40여개로 줄였다. 앞으로 더 줄여, 능력없는 벤처들에 대한 해외 사업은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야’(back to the basic) 한다. 먼저 자기가 현지에서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제품이 해외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또한 영업 채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OEM으로 안전하게 갈 것인지, 채널마케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교육과 프로모션, 애프터서비스 등에 대한 사업계획들이 마련돼야 한다. 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는 벤처기업들의 이런 비즈니스 전략 수립을 도와주는 ’해외 마케팅 이네이블러(enabler)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내 CEO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대형 채널담당자들의 채널 기법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글로벌 마케팅 이규제큐티브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상성 대표 = 국내에서 성공한 외국 업체들의 사례들을 보면 특정 부분만 가지고 들어와서 성공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대부분 종합적인 파워를 가지고 들어온 업체들이 성공한다. 국내 벤처기업이 접근할 때도 비슷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가장 강력한 방법은 분야별로 기술력있는 업체들이 합병하는 것이지만, 아직은 환경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아이디어다. 대기업과 협력해 대기업의 브랜드파워를 업고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사회 = 마지막으로 인터넷 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하면서 꼭 짚어야 할 점들을 말해달라.

▲이상성 대표 = 예전에는 정부에 해외진출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막상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업체 스스로가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는 한 그 어떤 정부 지원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넷 업체들이 국내·외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데, 업체들이 먼저 자신의 역량에 대해 냉정하게 점검하고 정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남영호 단장 = 해외시장도 변화하고 새로운 기회들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동남아시장의 e정부 사업이다. 주로 SI 업체들이 들어가 있지만, 기반이 되는 기술들은 인터넷 기업들이 제공한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은 기본적으로 해외진출 지원에 대한 기조를 가져가면서도, 틈새가 나타나면 융통성있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들을 발빠르게 만들고 있다.

▲이동기 교수=잘하는 기업을 더 잘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이다. 스스로 할 수 없는 기업은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이나 채널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벤처기업들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는 IT 종합 상사론을 주장하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들을 모아서, 이를 철저히 분석한 사례집을 만드는 것도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사회 = 앞으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좀더 내실 있게 전개돼 국내에서도 ’글로벌 스타 컴퍼니’가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이를 위해 정부와 IT업계가 각자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좌담회에 참석해 나눈 생생한 의견들은 인터넷 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성의있는 토론에 감사한다.

<정리 채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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