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시행될 공정위의 ‘전자상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법’이 업계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인터넷쇼핑몰은 물론 TV홈쇼핑, 전자결제 및 전자화폐발행업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관련업체들은 이 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전자상거래 시장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데다 업계에 과다한 부담금을 부과해 결국 가격인상과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법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신원 및 거래조건에 대한 정보 제공’(시행령 제13조) 및 ’공급서의 송부’(제16조) 조항으로, 사업자는 소비자가 거래조건을 이해하도록 계약체결 전에 제품의 공급자와 판매자에 관한 사항·제품의 명칭과 종류·내용·가격·공급 시기와 방법·청약철회 및 계약해제 정보·교환·반품·보증과 환불 조건 절차 등 10여개 사항을 소비자에게 교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홈쇼핑 업체들은 업태 특성상 전화주문과 함께 계약체결 효과가 발효되는데 그 이전에 이러한 정보를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인터넷쇼핑몰도 회원가입약관에 청약과 철회, 반품 환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 거래할 때마다 똑같은 정보를 발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서면으로 교부할 경우 연간 9조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약관 대체로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업자의 거래기록 보존의무’(제6조)도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많다. 이 시행령은 표시광고·계약 또는 청약철회·대금결제 및 재화등의 공급·소비자의 불만 또는 분쟁처리에 관한 기록을 3년간 보관하도록 돼 있다.

옥션 관계자는 “하루 물품 등록이 2~3만건에 달하는데 이를 3년간 보관해야 한다면 서버 구입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영세사업자는 인터넷쇼핑몰 사업을 하지 말란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할 때 소비자가 입증할 수 없는 부분을 사업자가 입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법령”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업계는 금융기관과 채무지급보증계약 등을 통해 ‘소비자피해보상금’을 마련토록 한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시행령 제24조) 규정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조항은 네트워크 전자화폐 등 전자결제수단을 제공하는 업체가 부도 등의 이유로 문을 닫을 것에 대비, 전체 발행금액의 100의 70 이상을 ‘소비자피해보상금’으로 적립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대상업체를 ‘다수의 사이버몰에서 사용되는 결제수단’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네트워크형 전자화폐업체, 전자상품권을 발행하는 쇼핑몰업체, SK의 ‘OK캐시백’처럼 온라인 마일리지 포인트를 적립해 환급의무가 있는 다수의 업체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이 조항은 영세한 네트워크형 전자화폐 또는 마일리지 포인트 제공업체에만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고객들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결제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자화폐업계의 관계자는 “현재 서울·수도권에서 발급되는 선불식 교통카드의 경우 버스조합 등에서 고객선수금을 관리하고 있고, 실제 이들이 파산할 경우 수백만명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으나, 아직 이에 대해서는 ‘소비자피해보상계약’등의 규정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보상적립금의 비율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체 발행금액의 70% 이상에 대해 금융기관과의 지급보증계약을 의무화했지만, 업계는 “금융기관이 제대로 지급보증을 서 줄지도 의문인 데다 설령 이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이와 관련해 결제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보증보험료나 지급보증료가 연간 수억원에 달해 이를 감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박기록.한지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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