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년 독일 바이에른 왕국에서 맥주는 물과 보리, 호프, 그리고 효모만을 이용해 빚어야 한다는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을 내렸다. 그 이후 독일의 맥주는 세계 최고의 맥주로 자리매김했다. 그 후 500여년이 지난 1987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독일 맥주시장의 완전개방을 요구하고 시장경쟁을 요구했다. 그러나 맥주에 대해 오랜 전통과 긍지를 가지고 있는 그 나라에 타국의 맥주가 어디 먹혀들었겠는가. 차라리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파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2002년 5월의 한국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월드컵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차기 정권의 ‘보스’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때 쯤이면 언제나 때맞춰 큼지막한 ‘당근’이 마련되어 왔지만, 그 당근은 보존기간이 얼마되지 않은 듯 쉬 상해버리고 말았던 것을 기억한다.

서울과 부산을 한방에 뚫어버리겠다던 고속철도(KTX) 사업은 제대로 운행도 못한채 차량이 녹슬고 있고,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선사한다던 7차 교육과정은 ‘단군 이래 최저 학력’ 세대를 양산했다는 평가만을 남겼다. ‘벤처에 1조7000억원 투입’·‘세계 일류벤처 100개 육성’·‘2002년까지 20여개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업체 나스닥 상장’ 등 벤처육성과 관계된 호언 역시 그 결과가 미루어 짐작되고 있다.

벤처만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살 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벤처가 국가경쟁력 확보와 외화 획득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독일과 같이 500년은 아니더라도, 5년 앞이라도 내다보는 현실적인 정책이 아쉬운 시점이다.

박재홍 rainmaker@havin.com 하빈 전략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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