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연구관리 행정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연구비카드제가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지난 2000년 10월 국책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연구비카드제를 첫 도입한 후 2001년 4월부터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이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출연연을 대상으로 확대시행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의 정부출연연은 연구비카드의 사용보다는 기존 출연연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등 이용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구비카드제가 산업자원부와 농림부 등으로 확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연구비카드제 실시에 대한 평가와 활성화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구비카드제〓연구원이 연구비 집행시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정해진 카드로 결제하도록 한 것으로, 2000년 10월부터 국책연구과제 수행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됐다. 2001년 4월부터 정부출연연을 대상으로 과기부에서 지원하는 모든 연구개발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연구비카드는 전체 연구비의 40%에 달하는 직접경비에 사용된다. 구체적으로 소액 기자재 및 부품 구입, 회의 및 세미나 개최, 시약비 등에 쓰이며 전체 연구비의 15% 내외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과기부의 순수연구개발 사업 8552억원의 15%인 1300억원 수준이다.

◆이용실태〓항공우주연구원의 S연구원은 “연구비카드를 사용할 경우 연구원에 제출하는 행정적인 노력 이외에 별도의 관리시스템 입력 절차를 거쳐야 해 사실상 사용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L연구원도 “우리 연구원을 비롯, 대부분의 연구원이 연구비카드를 굳이 사용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과기부도 법인카드의 사용을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선 출연연의 이같은 시큰둥한 반응은 연구원들이 사용내역을 별도의 연구비 관리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하고 있는 제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연구비에 대한 관리실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정부의 구상과 달리 일선 출연연은 별도로 사용내역을 입력해야 하는 관리시스템을 부담스럽게 생각해 사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과기부가 지난 4월 조사한 결과 연구비 관리시스템의 사용내역 등록 비율이 전체의 1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기부가 1년간 기존 법인카드와 연구비카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둔 것도 이용률을 낮은 한 원인으로 꼽힌다.

◆과기부 대책〓과기부는 연구비 관리시스템 등록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 개선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과기부는 이를 위해 지난 연말부터 출연연의 자체 경영정보시스템(MIS)과 연구비카드제 관리시스템을 연동시키는 작업을 진행, 5월 중으로 이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2002년 연구과제부터는 법인카드를 함께 쓸 수 있도록 한 유예조항을 폐지, 이용을 강제화할 방침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지난 한해 연구비카드제의 사용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나 시스템 연동 등의 작업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어 당초 연구비 집행의 투명성과 관리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기획예산처에서 전부처로 연구비카드제를 확대하기로 해 조만간 산자부와 농림부 등에서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이에 맞춰 시행 1년간의 경험과 활성화 대책 등에 대한 부처간 논의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서낙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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