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정보시스템 감리비 인상 결정을 수개월째 지연하고 있는 데 대한 감리업계의 불만이 높다.

지난해 정보시스템 감리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합동으로 출범한 IT감리포럼은 정부공공기관을 대상으로한 정보시스템 감리비용을 28% 인상하는 안을 마련해 작년 11월말 정통부에 제출했다. 정보시스템 감리비 기준은 공식적으로 IT감리포럼의 주관기관인 한국전산원의 결정사항이라 이 안은 사실상 확정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상위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이 안에 대해 동의하는 형식적인 ‘통과의례’만 남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이 안을 선뜻 승인하지 못하고 수개월째 보류상태로 남겨두고 있다.

물론 정보통신부도 감리비 인상이 절실하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감리시장이 ‘저가입찰’로 얼룩져 있어 감리업체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시스템의 품질을 제고하는 ‘안전장치’인 감리 비용을 인상함으로써 감리업체의 수익성을 높여주고 감리서비스의 품질도 제고시키는 두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업계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부가 선뜻 이 안에 대해 손을 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로 인해 당장 비용이 늘어나게될 감리 수요자인 정부 공공기관들에게 줄 ‘보상’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감리비 인상은 정부기관의 비용증가를 불러오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시해야만 정부기관, 특히 기획예산처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통부 내부적으로는 그 대안으로 ‘책임감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 국내 여건을 감안할 때 실효를 장담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 책임감리란 건설분야처럼 감리업체가 감리결과를 책임진다는 것으로, 정부기관이 감리비용을 더 많이 내는 만큼 감리업체가 수준 높은 감리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통신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은 국내 감리업체들의 수준을 볼 때, 책임감리를 수행할 정도의 능력을 보유한 감리업체가 현재로선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감리업계는 정통부가 이같은 문제로 고민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정보통신부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얘기도 여러 곳에서 들린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감리비 인상에 발맞춰 책임감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고, 현재 국내 감리업체 가운데 책임감리를 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가진 업체가 5개 안팍, 많아야 열손가락을 꼽을 정도밖에 안된다는 데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의 부실화는 정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이상 감리비 인상과 책임감리제 도입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감리업계의 현실로 전격적인 실행이 어렵다면, 주요 사업부터 부분적으로 시행해 점차 확대해 나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 또는 중앙행정기관부터 우선적으로 책임감리와 인상된 감리비를 적용한 뒤 상황을 보아가며 이를 확산해 나가면 되지않겠느냐는 것.

감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분적일지라도 좋은 방안을 우선 시행하는 것이 모든 상황이 자연스럽게 준비될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감리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훨씬 빨리 개선시킬 수 있을 텐데, 정부당국이 지나치게 시행착오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같다”며 감리비인상과 책임감리제 조기도입에 대한 정통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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