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의료보험 제공사인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은 정보기술(IT)수준 또한 업계 최고를 자랑한다. 우연일까? 비즈니스위크 최근호가 그 실상을 보도했다.

거대언론사 나이트 리더(Knight Ridder)는 42개 보험업체와 계약을 통해 2만2000명 직원들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했으나, 관리에 번거로움을 느껴 지난해 보험업체의 수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41개의 업체들과 계약을 끊고 유나이티드헬스 그룹만을 택했다. 나이트 리더에서 복리후생을 담당하는 숀 레빗 이사는 “유나이티드헬스는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이트 리더를 사로잡은 기술은 무엇일까? 이 회사의 복리후생 담당자들은 유나이티드헬스 웹사이트를 통해 직원들의 의료혜택 자격현황과 보험청구건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 직원을 위한 보험카드도 바로 출력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업체들이 해당양식을 보내줄 때까지 몇주일을 기다리곤 했다. 더욱이 유나이티드헬스는 보험청구건 데이터베이스(DB) 등에서 의료정보를 수집해 병에 걸릴 우려가 있는 직원들을 알려줌으로써 입원진료까지 가기 전에 예방할 수 있게 해 준다. 한 예로, 매년 거의 400명의 나이트 리더 직원들이 심장마비를 겪곤 한다. 유나이티드헬스는 DB를 이용해 가장 심장질환이 우려되는 사람들을 가려낸 뒤, 해당자들에게 흡연 등 위험을 부르는 습관들을 고치도록 독려한다. 이 업체는 나이트 리더를 맡은 첫 두달간 위험에 노출된 20명의 직원을 가려냈다.

유나이티드 헬스는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2001년 전년보다 10% 성장한 235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 4년간 어떤 경쟁사보다도 빠른 가입자 성장률을 보였다. 이 회사는 1월 1700만 고객을 돌파하면서 경쟁사 애트나를 제치고 미국 최대의 의료보험 제공사가 됐다.

이같은 성장은 이 회사가 지난 1998년부터 쏟아부은 14억달러의 IT 투자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 회사는 컴퓨터·소프트웨어·인터넷을 활용해 사업운영을 합리화함으로써 운영마진율을 1999년 3.3%에서 지난해 4.6%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한 애널리스트는 “유나이티드헬스는 IT기술을 도입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업계의 다른 어느업체보다도 빠르게 움직였으며, 그것은 굉장히 현명한 움직임이었다”고 평가했다.

기술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유나이티드헬스를 최고로 평가할 것이다. 이 회사가 별다른 경쟁 없이 업계의 IT선도주자가 될 수 있었던 것 또한 유리한 점이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의료업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4%를 담당하지만, 기술투자액에선 4%만을 차지하고 있다. 한 조사기관 관계자는 “전형적인 의료업체의 웹사이트와 금융서비스업체의 그것을 비교해 보면 꼭 밤과 낮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의료업계의 IT투자는 낙후돼있다”고 지적한다.

유나이티드헬스의 CEO 윌리엄 맥과이어가 그 같은 변화를 이끈 사람이다. 그는 의료업계의 비능률을 오랫동안 비판하던 중 인터넷의 부상에서 의료업계의 체제를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그는 1998년 웹을 이용하기 위해 IT 투자를 대폭 강화했다. 맥과이어는 “IT가 우리 고객과 의료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명료화하고 개선시킨다”고 말한다.

그의 결단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나이티드헬스가 웹을 도입하기 전에는 보험청구건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가 회사로 전화를 걸어야 했다. 환자의 보험가입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평균 3분의 통화시간이 요구됐다. 지난 7월부터 의사들은 온라인으로 이를 확인하며, 환자의 보험자격확인은 수초 내에 이루어지게 됐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한 의사는 “훨씬 능률적이고 간편하다”고 평가했다.

의사들의 일은 고객사들에 비해 쉬운 편이었다. 기업에서는 한 번 새 직원이 들어오면 수많은 팩스·우편물·전화통화를 통해야 보험금 납부체계를 잡을 수 있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거대고객사의 직원명단이 변하면 청구액을 다시 계산하는 데 수주의 시간이 걸리는 수도 있었다. 이제 그런 건은 수초 내로 해결된다. 이것이 이 회사 거대고객사들의 88%가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이유다. 유나이티드헬스의 인터넷 사이트는 지난해 4분기에 250만 건의 거래를 처리한 반면, 전화통화량은 가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2% 감소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요양소들을 대상으로는 IT를 이용해 노인들의 입원건수를 줄여주고 있다. 약 1만9000명의 고객이 ’에버캐어’(EverCare) 서비스에 가입했다. 간호사들은 이 서비스에 가입된 노인병환자들을 병원으로 호송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의사들과 진료기록을 놓고 상담할 수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에는 요양소의 간호사들이 적절한 조치를 알아낼 수 없었기 때문에 사소한 병을 가진 환자들도 입원하곤 했다. 요양소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이 서비스 덕으로 병상 옆에서든 집에서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좋다. 그러나 웹의 진짜 혜택은 유나이티드헬스가 이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10만명의 내과의사들이 사이트를 사용하는 데 고무됐으나, 이는 회사와 일하는 의사들 중 30%에 지나지 않는다. 회사측은 의사들이 여러 해 동안 일하던 방식을 바꾸게끔 설득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회사의 IT 전략을 담당하는 유나이티드헬스 테크놀로지스의 제임스 후댁(James Hudak)은 “이제 문제는 IT 자체가 아니라 그 도입이다. 의료업계에 IT를 도입하는 일은 마치 게릴라전 같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의료산업 전쟁에서 최고 기술의 병기고를 맡고 있다는 데서 위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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