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심판원(제12부)이 지난 22일 씨엔씨엔터프라이즈(대표 전영삼)가 제기한 ‘멀티SAM의 권리범위확인’ 심판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2년여동안 지리하게 지속됐던 ‘멀티SAM’의 특허권 분쟁이 사실상 스마트로(대표 이종인)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멀티SAM’은 여러장의 교통카드를 버스나 지하철 게이트에서 내장된 하나의 단말기에서 읽을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앞으로 전국적으로 기술규격이 각각 다른 교통카드가 널리 확산되면 이를 한 단말기에서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멀티SAM’기술을 적용한 결제단말기는 필수적이다.

씨엔씨 측은 특허심판원의 기각결정이 내려지자 즉각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특허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시장에서 이 회사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또한 씨엔씨의 전체매출에서 ‘멀티SAM’과 관련된 매출비중이 적어 이번 심결로 인한 실제 타격은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두 회사가 ‘의미없는 법정공방’보다는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로 측도 “씨엔씨 측이 합의를 계속 거부할 경우엔 씨엔씨가 그동안 납품한 단말기에 대한 손해배상은 물론 향후 ‘멀티SAM’기술이 적용되는 RF카드 응용분야에서 사업도 어려울 것”이라고 씨엔씨를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씨엔씨 측과 ‘로열티’ 협상을 원만히 해결해 선의의 경쟁 관계를 맺고 싶다”며 타협을 원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씨엔씨는 지금까지 ‘멀티SAM’단말기의 공급으로 대략 28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스마트로는 이번 심결을 계기로 국내 ‘멀티SAM’시장에 대한 주도권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3월초 인터패스(대표 이동규)와 ‘멀티SAM’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했다. ‘통상실시권’(특허법 제102조)은 특허권자의 허락을 받아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는 권리로, 인터패스는 5억원의 특허사용료를 스마트로에 지급하고 ‘멀티SAM’기술을 이용한 교통카드 단말기사업을 진행중이다.

앞으로도 ‘멀티SAM’의 특허권 행사와 관련한 법정 싸움의 소지는 적지 않아 보인다. 스마트로 측은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의 버스에 부착된 인텍(Intec)의 단말기도 스마트로의 ‘멀티SAM’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혀, 또 다른 ‘멀티SAM’ 특허권 공방을 예고했다. 이밖에 경기·부산·대구 등을 대상으로 교통카드사업에 나서고 있는 케이비테놀러지·케이디컴 등 여타 단말기 공급업체들과의 특허권 협상도 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스마트로 측이 “우리가 가진 ‘멀티SAM’특허는 단순히 SAM보드 뿐만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단말기 전체”라고 밝히고 있어, 특허권의 범위를 놓고 단말기 관련 업체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기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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