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는 주식투자를 통해 모은 돈으로 최근 디지털TV를 장만했다. 무려 300만원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 부인의 볼멘 소리도 있었지만, 축구광인 김씨로서는 “안방에서 실감나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다”는 디지털TV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김씨처럼 디지털TV를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LG전자 독산대리점의 장성필부장은 “최근들어 판매가 월 30~40대 규모로 부쩍 늘어,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에는 작년보다 4배 증가한 연간 400대 판매는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600만원에서 1,600만원대에 달하는 고급 PDP TV의 경우에는 제품수급에 애를 먹기도 한다”고 디지털TV에 대한 열기를 귀띰했다.

��쳬�70만대 규모 예상〓연이어 열리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에 힘입어, 업계에서는 올해 디지털TV 판매량이 7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한층 더 나아가 올해 100만대의 디지털TV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승택 정통부장관은 지난 1월 30일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가전업계 경영진과의 오찬간담회에서 ▲ 방송국의 디지털전환에 따른 시설보수 지원 ▲민간기업의 마케팅활동 지원과 신제품 개발에 대한 독려 ▲월드컵 개최도시의 디지털 방송관을 이용한 디지털TV 붐 조성 등을 통해 올해 100만대를 보급하는 의욕적인 디지털TV 확산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통부는 월드컵이라는 대형 호재를 적절히 이용해 디지털TV의 국내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2의 CDMA신화’를 만들어낸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최근의 디지털TV 판매호조와 관련, IR큐더스 박선엽이사(산업분석팀장)는 “어떤 제품이든간에 보급 초기단계의 마케팅에 있어서는 제품의 본질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면서 “디지털TV의 본질적인 요소는 ’볼거리’(고화질)에 있는데, 월드컵이야말로 이러한 본질적인 요소에 가장 충실한 마케팅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주식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한 것이나, 주택가격 폭등에 따라 고가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인 약해진 것도 디지털TV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전파진흥협회 (RAPA)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나타난 집계결과에 따르면 ’HDTV의 가장 큰 장점’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0% 이상이 ‘선명한 화질에 있다’고 답한 반면, 음질이나 양방향성, 16:9의 화면비 등은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통부와 업계에서도 역시 ’볼거리’를 중심으로 하는 월드컵을 이용한 디지털TV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다.

��疋梁탔�한국 디지털TV 기술의 첫 무대〓 월드컵을 공동으로 중계할 한국방송단은 국내에서 열리는 32개 경기 중 24개를 HD(고화질)급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공동 개최국인 일본도 32개 전경기를 HD급으로 제작하는데, 한일간에 이들 프로그램을 교환함으로써, 국내에서는 월드컵 기간 동안 최대 66개의 경기를 HDTV로 실감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생생한 현장감’을 통해 디지털TV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끈다는 것이다.

스튜디오가 아닌 축구장에서 대규모로 진행하는 HDTV 중계는 사실상 국내 디지털TV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물론 KBS가 주관한 서울올림픽과 달리, 월드컵에서 한국방송단은 FIFA의 주관방송사인 HBS를 지원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주최국의 이점을 살려, 외국인 월드컵 관람객이나 보도진들에게 최대한 국내 기술을 알린다는 전략이다.

정통부는 다음달 10일 ‘국제미디어센터’ (IMC)’개관에 맞춰, 바로 옆에 디지털TV 홍보관을 개장하는데, 여기에서는 입체적으로 중계되는 3DTV나 방송과 함께 선수에 대한 정보나 참가국 전적 등 각종 정보를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방송 등 이른바 ’튀는’ 기술들을 선보인다. IMC는 연인원 450억명이 보게 될 이번 월드컵 대회를 중계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해외 보도진들을 활용한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疋梁�개최 도시에서 직접 만나는 디지털TV〓정통부는 월드컵기간에 맞춰 서울 여의도공원 등 7개 도시에서 ‘디지털 방송관’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월드컵 공식후원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IMC 등에서 활동이 제한된 LG, 삼성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직접 시연관을 운영하게 된다.

LG전자 디지털TV 마케팅팀 문영탁차장은 “시연관들이 ‘디지털TV로 보여주는 월드컵’이라는 컨셉으로 운영되는 만큼 전통적인 브라운관 방식의 디지털TV는 물론 PDP나 대형 LCD TV 등 보기 힘든 다양한 제품들을 전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TV 구매를 염두에 둔 소비자라면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디지털TV의 역사나 기술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자녀와 함께 찾는 살아있는 교육장으로서의 가치도 있을 것같다. 월드컵 기간에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디지털 방송관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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