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장석권 교수

작가가 되는 게 꿈인 고등학생 철희는 팬터지 소설 읽기를 즐겨하고, 쓰기는 더 좋아한다. 그는 컴퓨터도 무척 좋아한다. 팬터지 소설을 본뜬 온라인 게임이 그 계기였다. 온라인 게임에 빠지다 보니, 컴퓨터에 관한 그의 지식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됐다.

게임을 원래 좋아하는 철희는 수학도 게임처럼 하는 버릇이 있다. 기계적인 풀이보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수학 퍼즐을 푸는 것에 단단히 재미를 붙였다. 수학을 푸는 재미가 그에게는 팬터지 소설을 읽고 쓰는 재미에 버금간다.

이런 그에게 요즘 고민이 생겼다. 인문계냐, 자연계냐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 것이다. 철희는 자신의 적성이 수학과 문학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두 적성을 모두 살리자니 방도가 없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은 양분되어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혁명이 진전되면서, 오늘날의 신세대는 인문·사회계 적성과, 이공계 적성을 모두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래 디지털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양성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기술과 경영, 경영과 문화, 문화와 기술의 영역을 엄격히 분리해 온 관행과 구체제가 여전히 존재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데 있다.

디지털경영은 경영학에 있어서 그러한 관행과 구체제의 타파를 추구한다. 디지털 융합시대에 맞는 경영학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해 보자는 시도다. 디지털경영은 디지털 융합기술이 조직, 프로세스, 시장, 그리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 영향에 따라 비즈니스 기능을 재구성한다. 재무, 인사조직, 회계, 마케팅, 정보시스템, 전략 등의 분야간 경계도 과감하게 철폐한다.

국내에서 어느 기업이 한 때 디지털경영을 제창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경영의 보급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아직까지 디지털경영은 기업의 경영정보시스템이나, 전자상거래, 그리고 e비즈니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경영을 ‘정보기술 중심의 경영학’ 또는 ‘정보기술을 가미한 경영학’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디지털가전·방송·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융합의 영향은 가히 폭발적이다. 우선 기업의 프로세스를 바꾸고, 기업조직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린다. 작업자(Worker)는 소프트웨어 프로세서(processor)로 바뀌고, 외부의 비즈니스 파트너는 네트워크상의 인텔리전트 에이전트(intelligent agent)로 대체된다. 조직구조는 SDO(Software Define Organization), 즉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유연한 조직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러나 팀제나 정보기술에 기반한 아웃소싱은 활발하지만, 인텔리전트 에이전트에 의한 조직혁신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디지털 융합의 영향은 내부보다 외부에서 더욱 직접적이다. 고객과 직접 연결된 다이렉트 마케팅채널과 함께, 온라인상으로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와 콘텐츠가 소비생활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채널이 거의 모든 가정에 보급되면서, 고객의 소비행위, 거래패턴, 나아가 우리의 욕구 자체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온라인 사회는 더 이상 ‘가상사회’가 아니다. 실사회와 똑같이 서로 교류하고, 부딪히고, 상호작용하는 더 실감나는 공간이다. 철희가 바라보는 온라인 게임의 세계는 그의 적성과 삶의 모습 자체를 변화시키는 ‘실사회보다 더욱 실질적인’ 사회다.

바야흐로 경영학 사고의 변혁을 추구해야 할 때다. 이미 경영학 내에서 전공분야간 경계가 허물어졌듯이 경영·기술·문화의 경계도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조기에 거두기 위해서는 중학교, 고등학교와 같이 감수성이 가장 민감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정의 경계부터 허물어져야 한다. 이는 최근 고등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는 근본적 방안일 뿐만 아니라, 미래 디지털 융합시대에 맞는 인재를 우리가 먼저 육성하는 국가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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