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하이테크 산업이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미 의회가 저작권 보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개최한 상원 법사위에 월트디즈니ㆍ소니ㆍMSㆍ뉴스코퍼레이션ㆍ인텔ㆍAOL타임워너 등 양대 산업의 대표적 업체들의 주요 인사들이 출석, 치열한 설전을 전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헐리우드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불법 복제된 음악ㆍ영화ㆍ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제품이 인터넷 상에서 자유롭게 팔리고 있는 상황에선 콘텐츠 산업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PCㆍDVD플레이어ㆍCD플레이어 등에서 불법복제 콘텐츠를 원천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복제방지 기술의 도입을 법적으로 의무화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실리콘 밸리의 하이테크 업체들은 그런 조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복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전자 업체들의 기술 혁신을 가로막음으로써 이들 전자제품의 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월트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은 “불법 복제가 PC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에 MSㆍ인텔ㆍ애플ㆍ델컴퓨터 등 하이테크 업체들이 복제방지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20세기 폭스를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의 피터 체닌 사장도 “ 저작권 보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 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눈 뜨고 콘텐츠를 도난당할 만큼 어리석지 않은 이상 최대의 피해자는 소비자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텔의 앤드류 S. 그로브 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전략적인 도전에 직면했다고 해서 나머지 산업 전체가 이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새로운 기술적 환경과 소비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 산업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사장 등 다른 하이테크 대표자들도 “70년대와 80년대에도 비디오와 카세트 등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많은 업체들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불법 복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존 콘텐츠 유통 방식에 집착하지 말고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 미 상원은 청문회를 통해 양측의 의견을 수렴, 입법화 문제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어네스트 F. 홀링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양 업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의회 차원에서 독자적인 법안을 올해내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가 제시한 법안 초안에는 “불법 복제된 하이테크 전자 업체들이 PC와 디지털 TV, DVD 플레이어 등을 만들 때 처음부터 불법복제된 영화, TV쇼, 음악 등을 볼 수 없도록 만들 것”을 요구하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하이테크 업체들은 정부가 불법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엔터테인먼트측의 요구를 그대로 입법화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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