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몰려도 좌절하지 말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벤처기업 넥티브(www.nective.co.kr)의 이대성 사장(39·사진)은 요즘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는 말을 실감한다. 지난 달만 해도 자신과 넥티브에 시큰둥했던 자금주들이 서로 투자하겠다고 한다. 투자 및 제품 문의 전화가 하루종일 울려대고 있고, 직원들은 신바람이 났다. 이 모두가 지난 5~7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춘계 컴덱스 2002’에서 거둔 성공 때문이다.

천신만고끝에 초소형 무선 음향 송수신기(제품명 ‘사운드버드’)를 개발했지만, 국내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부닥쳐 부채 4억5000만원에 은행 잔고 마이너스 800만원의 폐업위기에 몰렸던 넥티브는 ‘이번에도 실패하면 문을 닫겠다’는 심정으로 이번 컴덱스에 참여했다. 그리고 천우신조로 이번 컴덱스에서 사운드버드의 인기는 최고였다.

컴덱스 홍보사이트인 ‘컴덱스100’이 사운드버드를 전체 컴덱스 전시제품중 ‘톱10’으로 선정했다고 넥티브에 통보했다. 세계적인 IT잡지인 컴퓨터월드가 특집 기사로 다루겠다면서 자료 요청을 했다. 세계 각 지에서 약 2만개의 샘플 주문이 쏟아졌고, 월마트 등 대형 공판점에 납품하는 미국 뉴저지주의 유명 유통업체가 월 50만개씩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미항공우주국(NASA) 자회사는 컴덱스 부스에 제발로 찾아와 무선 송수신 보안솔루션의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엄지손가락 절반만한 크기의 PCB에 무선전송·잡음제거·충전·과충전보호 회로를 집적한 사이버버드는 MP3·CD플레이어·휴대폰·카세트 등의 음향을 선 없이도 들을 수 있도록 한 깜찍하고 강력한 제품. 이대성 사장은 “지난 2년간 PCB금형을 40회 가량 뜨는 등의 노력 끝에 세계 최소형의 제품을 만들었지만, 국내 업체들은 ‘뻔한 RF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아니냐’‘금형이 매끄럽지 못하다’며 쌀쌀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 컴덱스 행. 사운드버드의 가능성을 믿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국제부 관계자들의 강력한 권고에 힘입어 ‘마지막’임을 스스로 전제하고 참여한 것이다.

“법인 신용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산 뒤 이를 사채업자에게서 현금으로 바꿨다. 이렇게 ‘상품권 깡’으로 1000만원을 마련해 이중 800만원은 회사에 두고 200만원을 달러로 환전한 뒤 사운드버드 샘플 17개를 가방에 넣어 시카고행 비행기에 올랐다”.

힘겹게 컴덱스에 참여했지만 한국관 한켠에 마련된 넥티브 부스는 문을 열자마자 참관객으로 붐볐다. 행사 내내 사운드버드 주변에 늘 20~30명의 참관객이 몰린 것. 크기가 작으면서도 음질이 깨끗한데 대해 엔지니어들이 찾아와 샘플을 분해해본 뒤 ‘원더풀’을 연발했다.

“행사 첫날 50대 부부가 20대 아들과 함께 찾아와 샘플 1개를 팔라고 해 ‘샘플은 파는 물건이 아니다’고 거절했는데, 이 부부가 이튿날과 다음날에도 찾아왔다. 그리고 ‘아들이 갖고 싶은 선물을 꼭 사주고 싶다’면서 2~3시간씩 매달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샘플 1개를 30달러에 팔았다”

이 사장은 난생 처음 미국에서 상품을 팔아 거둔 수익인 20달러와 10달러짜리 지폐를 지갑속에 고이 간직하고 다닌다.

이 사장은 이번 전시회 성공의 공을 동고동락한 넥티브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1996년 오피스텔을 얻어 창업한 이래 마케팅과 영업에서 실패했을 때 직원들은 ‘하루에 1만원씩 월 30만원만 달라’면서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 수개월 동안엔 더이상 직원들을 고생시킬 수 없어 내 손으로 가르친 직원 4명을 다른 기업에 취직시켜 떠나보냈다”며 “이번 성공은 내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의 과거는 남다르다. 중학교 3학년때 부모님에게서 받은 10만원으로 집에서 독립했고, 고등학교 졸업후 절에 들어갔다가 승려신분으로 동국대 철학과에 진학했다. 이어 대학 1학년때 ‘대자보 사건’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경남대 경영학과에 진학해 졸업했다. 이후 경남 마산에 부인과 자녀 2명을 남겨놓고 혼자 상경, 노점상·카페 점원 등으로 일하면서 홍익대 대학원(전산전공)을 마친 후엔 현대정보기술 등을 거쳐 자기 회사를 차렸다. 현재는 하루 3시간 수면에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인근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하고 출근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박창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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