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성 한국콘텐츠산업진흥협회 상임이사

몇해 전부터 정부는 지식기반사회 구축, 콘텐츠산업 육성이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어떤 분야이든 산업으로 발돋움하는 초기 단계에는 강력한 정책적 지원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도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콘텐츠에 대한 정책당국자의 인식이 올바르게 정립되어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 지식정보 자체인 콘텐츠보다 이를 활용하는 기술적 측면에 여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콘텐츠산업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조세정책, 그 중에서도 부가가치세 정책이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을 보면 도서·신문·잡지·방송·예술적 창작물 등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면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가세가 과세되면 소비자는 원래 가격에 10%를 더해 부담해야 한다. 부가세 면세란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소비를 촉진하며 해당 산업을 장려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도서 등 문화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에서 해당 품목의 부가세 면세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콘텐츠산업을 장려하겠다면 우선 이런 생산물이 온라인으로 전환할 때 같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똑 같은 신문이나 방송의 내용을 인터넷으로 내보내면 부가세가 붙어 소비자는 10%를 더 부담해야 한다. 유료서비스를 하고 있는 SBS, EBS, 아이뉴스24 등이 그러하다.

출판도 마찬가지다. 관련 시행규칙 등을 보면 도서를 디지털화할 경우 CD롬 등 ‘고체의 형태’를 취해야 부과세 면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교육정보를 오프라인에서 학습지 형태로 출판하면 면세,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면 부가세 10%가 부과된다.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를 육성하겠다면서, 혜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오프라인에 비해 역차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로 개발하지 말고 그냥 오프라인에만 머물러 있으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소비자가격에서 10%란 무시 못할 차이다. 부가세를 감면하면 해당 산업에는 대단한 지원책이 된다. 따라서 오프라인에서 면세 대상인 품목에 대해서는 온라인에도 똑 같은 지원을 해야 한다. 오히려 그 이상의 지원을 해야한다. 부가세 감면 정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가 전략적 오프라인 상품도 부가세가 과세되고 있지만, 육성 콘텐츠로 강조하고 있는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등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정책당국자로서는 부가세가 면세되는 만큼의 세수 감소를 우려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전혀 반박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온라인콘텐츠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온라인게임이라고 해봐야 2001년에 걷힌 부가세는 300억억원이 못되는 수준이다. 수백억 수천억씩 들여 정보화를 지원하고 있는 정부가 이 정도 금액을 아까워한다면 콘텐츠산업 육성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온라인 콘텐츠 산업에 부가세 면세조치를 해야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세원의 투명화, 조세의 공평성을 이루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거의 모든 매출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부가세 면세에 덧붙여 한 가지를 더 제안하고 싶다. 영화진흥기금, 문예진흥기금 방식의 콘텐츠산업진흥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10%의 부가세를 줄여주는 대신 일정 비율을 붙여 기금을 조성하고 콘텐츠산업 육성에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 예산 안에서 어렵게 콘텐츠산업 육성 재원을 확보하려 애쓰는 노력을 덜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우리의 콘텐츠산업은 아직 뿌리도 내리지 못한 어린 묘목에 불과하다. 각별한 애정과 지원은 꼭 필요하다. 콘텐츠산업 스스로 알아서 크라고 하는 것은 정책당국자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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