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일 2002년도 물가안정 목표범위를 3.0±1%로 정해 발표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작년보다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 유력시되는데도 불구, 목표치를 낮추지 않았다. 기준치가 중기 목표치인 2.5%를 2년 연속 상회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물가안정 의지를 표명하기보다는 예상되는 성장회복을 현실화하는데 통화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느슨하게 제시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그러나 최근 꿈틀거리고 있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

◈느슨한 물가목표 = 올해 근원인플레이션율이 4.0%가 돼도 물가목표는 달성한 셈이 된다. 지난해말 한은이 예상한 상승률(3.2%)보다 0.8%포인트나 높다.

작년에는 예상치(3.6%) 대비 0.4%포인트만의 여유를 뒀으나, 올해는 여유폭을 두 배 확대한 것이다.

역시 최고 4.0%를 목표로 했던 작년에 실제로는 4.2%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목표달성에 2년연속으로 실패해서는 곤란하다는 현실적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안정‘보다는 ‘목표달성‘ 자체를 정책의 목적으로 삼은 듯한 인상을 주는 대목이다.

한편 KDI와 IMF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2.6% 및 2.0%로 전망, 작년보다 2%포인트 가량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금리유지·엔저대응도 감안한 듯 = 올해 지표물가 수준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한은이 지난해와 동일한 목표를 제시한 것은 ‘성장지원‘에 보다 무게를 둔 것으로도 풀이된다.

느슨한 물가목표는 가급적 올해중 통화긴축(금리인상)은 피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올 상반기까지는 경기가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운 가운데,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도 적지 않아 저금리기조 유지가 긴요한 상황이다.

지난해말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엔화 절하에 대응해 원화를 동반절하, 수출지원 정책을 쓸 수 있는 여지를 넓혀놓자는 뜻도 있다. 올해 물가전망을 작성하던 작년말 당시 달러/원 환율 1270원을 기준으로 잡았으나, 환율은 이미 1320원 안팎으로 솟아올라 있다.

◈‘물가안정 의지‘는 희석돼 =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은 ‘물가안정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물가안정과 성장이 택일의 문제는 아니겠으나, 이번 발표로 통화당국의 안정의지에 의문이 제기될 우려는 다분하다.

특히 지표물가의 안정세 회복에도 불구하고 1년이상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집세와 서비스요금이 최근들어서는 오름폭을 키워가고 있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KDI는 지난해말 발표한 4분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연간 물가목표를 중기목표(2.5%)로 회귀시키는 것이 통화당국의 신뢰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은 스스로도 1년전 2001년도 물가목표를 발표하면서 “2002년 이후에는 연간 물가안정 목표의 중심치가 중기 목표수준(2.5%)에 수렴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데일리 안근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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