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진 한국비엠씨소프트웨어 사장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날쌘 토끼가 느림보 거북이를 얕보고 도중에 낮잠을 즐기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성실과 근면을 강조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왜 이처럼 무모한 비교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단지 하나의 교훈을 주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가 모범이 될 수도 있겠지만, 좀더 깊이 생각해보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에는 여러 가지 ‘토끼와 거북이’ 버전이 떠돌아 다닌다. 그 가운데는 이런 얘기도 있다. 거북이를 가슴속 깊이 사랑하던 토끼는 거북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경주를 제의했고, 거북이가 승리할 수 있도록 경주 도중에 잠든 체 했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상태에서 이뤄진 승리는 값지지도 어떤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말하려는 것 같다.

애당초 경주는 토끼는 토끼, 거북이는 거북이와 경주를 했어야만 하는 데도 이처럼 서로 다른 동물을 경주시킴으로써 또 하나의 편견을 생산하고야 말았다. 동등한 조건이란 공정성을 결여했음을 뜻한다. 또 다른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는 어떤가. 토끼와 거북이가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점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IT) 업계에서도 토끼와 거북의 무모한 경주는 있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금 생각해 볼 시점이다. 토끼는 나름대로의 뛰는 방식이 있고, 거북이는 느릿느릿한 걸음걸이가 있다. 그러므로 어느 한 곳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세상을 보는 잣대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나의 잣대를 갖고 세상을 재는 것도 무모하지만, 언제까지 그 잣대만을 고집하는 것도 어리석다 할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세상 속에서 서로 다른 몫의 변화의 인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 업체는 수많은 부품을 결합해 하나의 기계 본체를 만들고, 소프트웨어 업체는 이것을 움직일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 둘이 결합할 때 비로소 하나의 컴퓨터가 완성되고 우리는 그것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분야에서는 비교적 협조가 잘 되는 것 같지만 비슷한 업종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여기에는 오히려 치열한 공방만이 있을 뿐이다. 설령 모든 경쟁자를 없애고 홀로 살아남아 독점적 지위를 차지했다고 해도, 그것은 더 이상 발전도 승리도 될 수 없다. 상대가 있어야 더 큰 발전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다.

장충동 족발집이나 동대문 시장에 숱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수많은 경쟁 업체가 한 덩어리로 뭉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골목 어귀에 아주 맛있는 족발 집이 하나 덩그러니 있다고 가정하자. 그 곳이 우리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 외에 얼마나 더 많은 인파가 모이겠는가. 한 때는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찾던 사람들도 어느 때인가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십상이다.

그리고 또 손님이 끊임없이 많다면 그런 자리에는 으레 또다른 경쟁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 경쟁자를 싹둑 싹둑 잘라 내서는 곤란하다. 그래도 경쟁자는 계속 나타날 것이고 언젠가는 상대할 수도 없는 거대한 경쟁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사업보다는 다른 일에 신경을 쓰게 돼 그 스스로 발을 잘못 디딜 수도 있다. 차라리 경쟁자를 끌어안고 좀더 큰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게 오히려 발전적이다.

토끼는 토끼대로, 거북이는 거북이 방식대로 세상을 보고 사업을 하며 사랑도 하는 것이다. 경쟁도 그렇게 하자. 토끼는 토끼와 경주하고, 거북이는 거북이끼리 경쟁하는 것. 그러나 경쟁자와 함께 골인할 수도 있는 넉넉함이 살아있는 경쟁말이다. 그것만이 우리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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