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이버공간이 무질서와 비도덕의 온상으로 비난받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청소년보호를 이유로 인터넷에 각종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서 공동체적 이상과 새로운 정체성의 공간인 인터넷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급속한 정보화사회 진입으로 정부와 네티즌들 모두가 혼란을 겪고있는 가운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위원장 박영식)가 13일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초고속 인터넷 시대와 정보통신윤리의 방향’이란 주제로 2001 정보통신윤리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사회전반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이 사회윤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음란과 예술, 동성애, 청소년 성매매 등 실례를 중심으로 소개됐다. 더불어 우리 나라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통신내용규제제도를 고찰하고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에 대하여 규명, 사업자 자율규제제도의 발전방안에 대하여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최근 정보통신부의 인터넷내용등급자율표시제 시행의 여파로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타당한가’ ‘인터넷 시대에 정보통신윤리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추병완 춘천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열렬히 정보화에 나섰던 정부가 최근의 사이버범죄가 인터넷의 잘못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면서 “현실공간의 개혁은 뒤로 한채 인터넷부터 고치고 보자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양대 김종철 교수는 “정보사회가 개인의 자유의 극대화와 공동체의 질서 저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정부의 법적 규제 활동에도 변화가 요구된다”면서 인터넷 규제기구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역할 재조정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의 무제한적인 자유에 국가의 조정이 필요하나 그동안 정보통신산업 육성을 내세워 방관했던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정부의 권한을 윤리위원회에 이양한다면 반관반민 기관으로서 정보통신의 자유와 건전성의 확보를 위한 중간자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 인터넷 시대의 윤리적 담론

추병완 춘천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예술과 외설, 동성애,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이미 현실에서 그 심각성을 지적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청소년 보호를 빌미로 현실의 개혁은 망각한 채 인터넷에만 과감히 규제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도덕군자식의 관점에서 모든 사람을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 반복되는 시비를 없애고 건전한 성문화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성에 대한 공개적 담론을 활성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이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무조건 도덕성을 예술성의 우위에 두는 것은 국가 권력의 남용이다. 인터넷의 저급한 상업주의와 쾌락주의도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표현의 자유와 예술을 빙자한 저속한 음란물에 대해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논란들이 청소년 보호가 목적이라면 규제 장치를 만드는 것보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윤리의식을 정립하고 알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불건전한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 못지 않게 왜 그런 것을 찾는지 심리적 요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접속해도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사이버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교육 정보화 정책을 통해 청소년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책임있는 네티즌으로 거듭날 수있도록 사회적·문화적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 정보사회 윤리의식변화와 사회적 대응

한국PKI포럼 최병목 본부장

산업경제에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지식정보사회로 넘어감에 따라 자살사이트·사이버성폭력·사이버범죄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사회적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지식정보윤지의식을 고양시키는 것과 함께 사회적으로는 공개키기반구조(PKI) 방식의 보안을 철저히 해 쌍방이 믿고 일 처리할 수 있는 윤리적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

정보화 문제를 여러 나라들이 심각하게 받아드린 계기는 국가적으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구축, 멀티미디어와 대규모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면서부터다. 특히 향후 정보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양과 전달속도가 빨라지고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통신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돼, 시·공간을 뛰어 넘는 새로운 통신문화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원격은행거래·홈쇼핑·원격재판·원격투표 등 같은 원격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거래의 경우 비대면성으로 인해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침해, 스팸메일·바이러스 유포, 음란·불건전 정보유통, 사이버범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등과 같은 수많은 지식정보사회 역기능을 야기시켰다.

이와 같이 지식정보사회는 생활이 편리해지지만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므로, 쌍방향성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개키기반구조에 바탕을 둔 윤리적 기반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공개키기반구조는 비대면 전자거래형태에서 나타나는 상대방의 신원확인과 송수신 내용의 무결성을 전자적으로 보장, 올바른 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최후 보루인 것이다.

<> 표현의 자유와 정보통신 내용규제제도

이종수 법학박사, 연세대 법과대학 BK21 정보법학사업단

최근 정부는 정보통신 이용에 관한 일련의 법률개정을 통해 ‘인터넷 내용등급제’와 ‘통신실명제 실시’ 및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대상범위의 축소’ 등을 유도하고 있다.

또 건전한 통신문화 확립과 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터넷의 본질적 속성이 자율성과 개방성, 다양성을 추구하는 만큼 지나친 규제보다는 합리적인 잣대를 마련해 인터넷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인터넷은 공적인 토론과 의견의 확산을 가능케 하고, 이로써 소위 전자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열린 공적 공간이자, 동시에 전자우편이나 채팅의 교환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일 수 있다. 그 부정적·긍정적 계기가 함께 혼재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 우리는 국가적 규제의 정당성을 긍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의 눈길을 감출 수 없다. 즉 국가는 입법 내지 행정상에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구조의 변화는 이제 국가와 사회의 관계성이 아닌 또 다른 차원, 즉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간 내지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에 상호 미치는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지향한 법적인 정돈과 규제를 행함에 있어 그 모든 경우에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규범적인 의미가 원칙적으로 준수돼야 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매개하는 기술적 수단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그 매체적 특성에 적합한 적극적인 장려방안과 규제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인터넷 내용에 대한 사업자의 책임과 자율규제

안춘수 연세대 법과대학 교수

인터넷의 불건전 내용에 대한 자율규제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자율규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규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국가를 포함한 모든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자율규제가 성공하기 위한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어쩌면 사업자가 해야 하는 것, 해도 좋은 것, 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관여자간의 공감대도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새로운 미디어인 인터넷과 현실세계를 규율해왔던 법의 관계 및 종래의 법과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규율하는 새로운 법의 사이의 관계의 혼란과 가상공간을 규율하는 새 법의 복잡성도 문제되고 있다. 우선 이러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자율규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보다도 상호간에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자율규제는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불법 정보에 대해선 민사법적 혹은 형사법적으로 이미 규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규제되어야 한다. 이에 비해 모든 사람이 이용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정보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해 그 유통을 허용하는 한편,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사업자도 이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필요한 기술적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자율규제에 관한 담론에서 이론이 없는 소비자, 특히 청소년 및 청소년을 둔 부모에게 인터넷의 장점과 문제점을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