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의 성공적인 서비스가 세계 방송 업계의 최대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방송은 새로운 서비스 모델, 사업자, 시청유형을 잉태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산업적, 윤리적 지원 및 규제 방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 효율적인 디지털전환을 위한 방송사업자의 지원과 경쟁격화에 따른 공정경쟁 촉진, 보다 양질의 수용자서비스 개발 등은 서로 조화되면서도 배치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은 이러한 현안들에 접근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방송위원회는 올해부터 ’미국 방송관련 기구 연수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방송 각 분야 인사들을 참여시키는 플랜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미 국무성이 외국의 주요인사들을 초청하는 ’Voluntary Visitors Program’과 연계돼 효과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미 국무성은 방송위원회의 요청으로 미국내 방송관련 기관과 기구, 단체, 업체 등에 대한 방문일정 조정과 편의제공 등을 담당하고 있다. 방송위원회의 초청으로 이번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본지 기자의 현지 밀착 취재를 통해 미국 방송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및 규제 동향, 그에 따른 방송사업자들의 움직임, 수용자 복지 구현 방안 등을 시리즈로 내보낸다.
<편집자>

방송과 통신 서비스의 조정자와 규제자로서 확고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연방방송통신위원회)는 사업자들의 공정한 경쟁을 통한 보다 나은 수용자서비스 창출에 정책목표를 두고 있다.

이같은 정책목표는 워싱턴D.C 12번가 남서쪽 구역에 있는 FCC 본관건물 입구에서부터 느껴진다. FCC는 여기에 대형 디지털TV수상기를 설치하고 워싱턴 지역 지상파방송의 디지털방송 수신화면을 선보이고 있다. 이곳을 드나드는 많은 방문자들에게 HDTV를 홍보하는 것은 물론 재원마련과 디지털서비스에 대한 회의로 디지털전환에 미온적인 방송사업자들에게 경쟁심 고취와 무언의 압력 역할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FCC가 맞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가 지상파방송사들의 원활한 디지털전환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FCC는 모든 면에서 주도면밀한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 핫 이슈가 되고 있는 메이저 네트워크방송사들의 시장점유율 규제에 대한 소송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고 에코스타의 디렉TV 인수발표에 대해서도 “승인 대상이 되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전국 시청자(TV household)의 35% 이상을 한 네트워크가 점유할 수 없도록 한 FCC규정에 대해 4대 메이저방송사 중 하나인 폭스(Fox)사가 제기한 소송은 향후 거대메이저방송사와 중소방송사간의 역학구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미국방송산업계가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FCC는 매우 조용하게 대응하고 있다.

FCC의 관계자는 그동안 이 규정에 의한 방송산업 영향에 대해 연구 조사와 분석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패소할 경우 연방대법원에 상소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FCC 규정이 잘못됐다면 폐기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FCC는 분명하지만 또한 유연한 규제정책을 펴고 있다. 그 준거가 되는 것이 바로 공정한 경쟁을 통한 보다 양질의 수용자서비스 확보이고 이에 대한 판단에 이르기까지 정책공개(30∼60일간)와 다양한 이견 개진, 청원 및 각종 토론회 등을 거친다. 확고한 정책목표와 신중한 규제기능으로 인해 FCC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FCC는 두 가지 차원에서 디지털전환 정책을 펴고 있다. 첫째, 시청자들에게 보다 나은 TV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디지털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다. 또 하나는 디지털전환에 따른 여유 주파수를 가지고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개발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즉 주파수 스펙트럼 재조정에 따른 새로운 주파수자원 확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전환 상황은 만족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경제학 박사이자 FCC의 부국장인 조나단 레비씨는 “디지털전환에 따른 이해당사자간 복잡한 이해상충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 때문에 디지털전환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흑백TV에서 칼라TV로 전환할 때는 방송사(NBC)를 소유하고 TV수상기와 방송시스템도 생산하는 RCA라는 거대한 한 회사밖에 없어 코디네이션이 쉬웠다”며 “디지털 전환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상충돼 있어 이의 조절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방송사(station)들에 대해서는 디지털 전환일정(PBS 공영방송사들은 2003년 5월말, 상업방송사들은 2002년 5월말)의 준수를 요구할 수 있지만 콘텐츠제작 분야의 사업자들에게는 디지털전환에 따른 어떤 강요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 FCC의 규제정책이 시스템사업자들에 국한되고 프로그램공급업자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데는 표현의 자유와 자유계약의 원칙이라는 미국의 전통적 정책 기조가 뿌리박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방송 전환 국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중소방송사들과 공영방송사들이다. FCC에 따르면 현재 대도시 위주의 서비스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규모 방송사들은 디지털전환을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 4대 주요 네트워크사와 그와 연관된 지역사업자들, 이밖에 30개 주요 네트워크들은 거의 FCC의 요구수준을 맞추었다. 결국 전국 1600여개 방송사들 중 210∼220개는 디지털전환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이 말은 전국 3분의 2의 인구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디지털시그널을 받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FCC는 NAB(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 전미지상파방송협회)와 CPB(Corporation for Public Broadcating, 공영방송지원재단)같은 방송사업자 단체로부터 디지털전환 데드라인의 연장을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이에 대해 FCC는 공식적인 코멘트는 일체 하지 않고 있지만 회사의 재정적 곤란으로 인해 불가피할 경우 사례별로 심사를 해서 데드라인 연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FCC는 디지털방송 도입에 부수적으로 생길 수 있는 역기능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소수민족과 소외 계층에 대한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TV수상기의 보급추세 등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TV수상기 보급에 대해서는 제조업체와 소비자의 관계이기 때문에 FCC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지만 소외계층의 디지털방송 수신확보라는 정책목표를 위해서는 어떤 규칙의 제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판권보호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시대의 판권에 따른 문제는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온다. FCC는 판권보호에 따른 직접적인 사법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콘텐츠공급사업자들과 디지털기기 제조업체들에게 판권 보호에 대한 의무를 숙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FCC 역시 새로운 미디어에 규제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인터넷웹캐스팅에 대한 규제 방향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FCC의 아시아지역 담당 전문가인 아이린 유씨는 “인터넷웹캐스팅에 대해서는 현재 FCC 규칙에 아무런 규제조항이 없다”고말했다. 조나선 레비씨 역시“인터넷은 다양한 플랫폼과 무선으로도 이뤄지지기 때문에 규제가 쉽지 않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FCC가 최근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촉진하기로 한 것처럼 개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규화기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