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호 보물닷컴 사장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대량의 광고메일을 뜻하는 ‘스팸’이란 단어가 등장한지 꽤 오래됐고, 많은 사람이 그 문제점과 폐해를 지적하면서 법률로까지 스팸메일에 대한 규제책이 만들어졌지만 스팸메일의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유독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발달한 게시판 문화와 이를 활용한 ‘이메일 추출기’라는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메일 추출기’란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라 있는 사용자의 이메일만을 자동으로 추출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게시판이나 동호회 등에 공개된 메일주소를 수집한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은 십중팔구 이메일 추출기나 또는 이런 이메일 추출기를 이용해 뽑아낸 이메일 데이터를 사용해 보내는 메일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필자에게도 몇 달 전만 해도 하루에 1~2통에 불과하던 이런 류의 메일이 최근 들어서는 하루에 10통 이상 들어오고 있다. 그만큼 이메일 추출기나 이메일 데이터의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이메일 추출 소프트웨어는 20만~3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고, 100만명에 얼마라는 식으로 무작위로 추출한 이메일 데이터만을 따로 구매할 수도 있다.

이렇게 무작위로 거래되는 프로그램과 이메일 데이터를 통해 이루어지는 광고메일의 폐해는 결코 적지 않다. 원치 않는 광고메일을 받아야 하는 수신자의 불쾌감과 메일 개봉과 삭제에 들여야 하는 불필요한 시간과 정력의 낭비가 가장 큰 문제이다. 또한 정상적으로 사용자의 허락을 받고 메일을 보내는 기업에게도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무차별적으로 발송되는 메일의 절반 이상은 성인용 CD,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성인방송 등 미성년자에게 보내거나 팔아서는 안 되는 것들에 관한 내용이다.

이렇게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발효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메일 주소의 무단 획득과 이용은 개인정보 보호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광고메일에 대한 처벌 또한 수신자가 일단 광고메일을 수신한 다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다시 동일한 발송자가 광고메일을 발송했을 경우에만 벌금형애 처할 수 있다. 결국 수신자만 쏟아지는 광고메일을 꼼짝없이 받아보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점점 심해지는 광고메일의 홍수 속에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불필요한 시간과 정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정보통신 관련법안의 개인정보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이메일을 그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웹사이트에서 이메일이 노출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온라인 공간에서 실명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보다 원활한 커뮤니티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그것을 이용해 당사자에게 원치 않는 메일을 보내도 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이메일을 자동으로 추출해내는 프로그램이나 그렇게 구축한 이메일 데이터를 사고파는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는 정당한 노력으로 회원들을 확보하고 이들로부터 허락을 받아 메일을 발송하는 기업이나 단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웹사이트 운영자나 기업에서도 @ 기호를 검색해 앞뒤 문자를 긁어모으는 이메일 추출기의 작동원리에 대응해 기술적으로 그런 시도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도록 방어하는 방법의 모색과 시도가 필요하다. 차선책으로는 아예 게시물에서 작성자의 이름만 노출하고, 이메일 주소의 전부 또는 @ 이하의 주소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인터넷의 자체적인 자정 작용이 작동하면서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바탕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원치 않는 메일은 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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