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우노시스템 상무

컴퓨터라는 말을 누구에게 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해될 때가 있다. 지금 회사의 출범 초기 어느 날. 강원도 원주에서 고향 친구들과 오랫만에 소주를 마시면서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내가 ‘컴퓨터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하자 한 친구가 부탁을 했다. 자기 아들이 컴퓨터가 필요한데 너희 회사에서 사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우리 회사는 기업용 컴퓨터 시스템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것이 주 사업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친구는 자기가 PC 한 대라도 사주면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느냐며 불편해하지 말고 컴퓨터를 팔라는 것이었다. 마진도 포기하지 말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참 당혹스러웠다. 40년 가까이 시골에서 농사일을 해온 친구에게 하드웨어가 뭐고 소프트웨어가 뭐고 정도는 설명이 되는데, 소프트웨어에 기업용과 개인용이 있으며 그런 소프트웨어가 또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우리 사업은 그 가운데 일부임을 설명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채 평소 거래하던 PC 사업자에게서 컴퓨터를 한 대 사서 택배로 보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 또는 소프트웨어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 기업용 컴퓨팅 환경과 개인용 컴퓨팅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을 나누어 본다면, 서로 상대 쪽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주 깊은 곳에서는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얼마전 개인용 컴퓨터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굴지의 회사와 기업 그룹웨어 구축에 대한 제안작업을 할 때의 경험이다. 시스템에 장애가 생겼을 때 대비책을 제시하기 위해 그 회사의 그룹웨어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회사의 컨설턴트는 “컴퓨터를 껐다 켜면 되는데 굳이 그런 것이 필요해요?”라면서 오히려 반문하는 것이었다. 기업용 환경에서 10여년 동안 시스템 구축작업 컨설팅을 해온 필자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장애가 발생하면 껐다 켜라”는 제안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 의문은 그 컨설턴트와 몇 번 이야기하면서 해소됐다. 그 당시까지 그 회사 소프트웨어가 그런 식으로 대응해도 고객의 대부분이 개인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기업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적절한 대응책이 나오기 힘든 건 당연했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컴퓨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 회사가 만드는 소프트웨어는 그 회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통합할 때, 각 벤더의 주장으로 가득찬 매뉴얼로 비교하는 것보다는 제안한 업체의 백그라운드를 이해하고 새롭게 구축하려는 환경을 누가 더 잘 이해하는가를 파악하고 발주해야 한다.

대개는 업체 선정시 벤치마크 테스트나 파일럿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고 제품의 기능을 비교하기도 하는데, 기본적인 성능을 내는지, 원하는 기능은 되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라면 이런 과정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개발 후 이행과정과 운영과정에서 겪을 수많은 난관을 고려한다면 이런 비교 외에 제안 업체들이 어떤 컴퓨팅 환경에서 경험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평판은 어떻고, 미래의 비전은 무엇이고, 우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가진 참조 사이트가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수많은 프로젝트가 새롭게 기획되고 발주된다.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담당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기업의 규모와 명성이 아무리 크고 좋더라도 내가 구축하려는 시스템 환경과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에 프로젝트를 맡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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