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원 메이콤사장

지금 이 시간에도 탁월한 아이디어와 훌륭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 진출을 꿈꾸며 하얗게 밤을 밝히는 많은 벤처기업가들이 있을 것이다. 벤처사업을 먼저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 벤처기업과 기업가가 빠지기 쉬운 ‘캐즘’의 함정에 대해 조언하고자 한다.

예컨대 영상회의용 기기·문서영상 처리기술·태양에너지 응용기술 등은 기술적으로는 빼어난 첨단기술이면서 훌륭한 제품이지만 시장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들이다.

각 기업이 첨단기술로 무장시켜 출시한 제품을 곰곰이 살펴보면 의외로 마케팅에서 성공하지 못한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첨단기술 제품일수록 특정 계층에서 시작된 일시적 호기심과 유행에 의해 형성된 초기 수요를 일반시장에 맞게 개발해 시장수요로 이끌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반인은 새로운 첨단기술 제품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유용한가를 눈여겨보는 이른바 ‘탐방의 기간’을 거치게 되는데, 흔히 이를 ‘캐즘’이라고 한다. 이 캐즘 기간에 유용하고 객관적인 가치를 적당한 가격과 함께 제공할 수 있다면 캐즘의 벽을 뛰어 넘어 일반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초기의 시장 수요는 대부분 새로운 기술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나 기능탐구 욕구가 강한 엔지니어 계층이 주된 소비층을 이루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수요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제한적이다. 반면 일반시장의 소비자는 실용적 측면에 큰 관심을 두고 타인의 사용 경우와 객관적인 유용성을 본 뒤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만 구매의사를 표시한다. 이러한 일반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낸다는 것은 엄청난 수요창출을 보장받는 길이다.

결론적으로 시장진출 단계마다 현재의 시장 지배적인 기술수요 유형에 초점을 맞추고 각 유형의 사람이 갖고 있는 구매 심리적 행동양식을 올바르게 파악할 줄 알아야 하며, 그에 따른 마케팅 전략과 전술을 수정보완하는 것은 신기술로 시장에서 성공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캐즘 단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새로운 고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기술 채택에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초기 수용자에 의해 형성된 초기시장은 단기간 내에 포화상태에 이르고, 시장을 주도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욕구를 느낄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때 상황은 급속히 악화돼 초기시장에서 얻은 수익은 금방 고갈된다.

이럴 때일수록 초기의 구매자 그룹은 각자의 개성에 걸맞는 특별 맞춤 제품을 요구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이는 연구 개발 분야에 과중한 부담을 주게 된다. 더욱이 초기시장에는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이 속속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화된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기가 쉬운일은 아니다.

캐즘 단계를 넘어 일반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은 하나의 공격행위이자 기업의 목표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틈새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이 선행돼야 한다. 캐즘을 그냥 뛰어넘으려고 하는 것은 마치 불쏘시개 없이 불을 피우려는 우둔한 행동과 같다. 다음 단계는 완제품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앞으로 제공하겠다는 보장을 해주는 것이다.

아울러 한두개의 세분화된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제품의 사용 범위를 한정시키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상품기획부서나 엔지니어 위주의 경영자들이 다용도의 기능을 한 제품에 복합시켜 만능의 제품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대단히 위험스런 일이다.

캐즘을 넘은 다음에는 캐즘 이전의 계약에 의해 발생된 모순적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 자산이 대폭 평가절하되며, 부진한 성과를 낸 임직원들이 강등되거나 격하되고, 제품과 기술의 미래에 대한 책임과 권한의 변화가 수반된다. 캐즘을 뛰어넘는 데에는 반드시 일어나는 탈바꿈 과정, 즉 회사 자체의 변화과정이 있다.

이때 벤처기업은 가족적인 분위기나 개별적인 성공을 향해 돌진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하고 조화로운 협력분위기의 조직으로 변화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

동일한 시대적 상황과 입장에서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우리 벤처 기업가들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캐즘’을 큰 상처없이 뛰어넘을 수 있어야 비로서 벤처기업가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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