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1 추계컴덱스가 16일 막을 내린다. 9.11테러와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참여업체수가 줄긴했지만, 전세계 1950여 업체가 참여해 IT 각 분야의 최신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150여개 기업이 참여해 각종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출품, IT 기술력을 과시하며 세계기업들과 경쟁을 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한국관을 설치, 118개 중소·벤처기업의 제품을 전시했다. 본지는 컴덱스에 참여 또는 참관한 국내 전문가들을 초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긴급 좌담회를 갖고 컴덱스를 통해 나타난 각 분야의 최신 기술동향과 국내업체의 성과와 배울점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좌담회 참석자

* 큐컴 강진구 사장(사회)

* 테크노비전 김병식 이사

* 잘만테크 이상철 연구개발 차장

* 지메이트 이상돈 부장

* 보이스웨어 이윤근 연구소장

* 알파비전텍 이종훈 사장

◆사회=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컴덱스 전시회를 참관했다. 9.11 테러의 여파로 예년과 달리 한산한 것 같은데, 분야별로 주목할 만한 기술동향이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김병식= 영상회의 솔루션의 경우 개인정보단말기(PDA)로 영상회의를 구현한 제품이 전시되는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특히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영상회의용 하드웨어가 PDA로 옮겨가는 듯한 인상을 뚜렷하게 받았다. 이로 인해 영상회의 솔루션 시장이 데스크톱 시대를 건너뛰어 PDA 시대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오는 것 같다.

◆이상철= 전과 달리 저소음 컴퓨터에 관한 참관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HP 등 대형업체들도 유사한 제품을 전시했다. 참관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듯 바이어들의 상담도 줄을 이어 이번 컴덱스에서만 1000만달러 상당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이상돈= 거의 모든 전자업체들이 PDA 제품을 선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단일 PDA 제품이 많이 등장했던 반면, 올해는 컴팩트플래시(CF) 기반의 지리정보시스템(GIS)·코드분할다중접속(CDMA)·블루투스 등 다른 모듈들을 연계시킨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음성합성을 구현한 제품도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컴덱스의 추이를 봤을 때, 향후 PDA 운영체제 시장에서 리눅스·윈도CE·팜OS의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IT산업의 발전속도를 고려한다면 국내 PDA산업도 내년부터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윤근= PDA 등 다양한 정보기기에 음성인식 엔진들이 많이 채택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음성인식업체인 L&H의 파산 등의 여파로 메이저 업체들이 이번 컴덱스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약 7개의 음성인식업체만 참여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내년부터 컴덱스가 아닌 음성인식 전문전시회 쪽으로 방향을 선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강진구= 여태까지 컴덱스라고 하면 PC 중심의 박람회를 연상하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올해 컴덱스는 복합적인 시스템들이 전시회의 중심을 이루는 박람회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전처럼 단순한 데스크톱PC는 더이상 눈에 띄지 않았다. 다른 시스템과 결합된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서버도 범용서버 보다는 보안 등 특정분야에 전용화된 서버들이 주종을 이뤘다.

◆김병식= 개인적으로 컴덱스에 5번째 참여했다. 그동안은 독립부스를 마련했지만, 금년에는 한국관에 부스를 꾸몄다. 이번 컴덱스를 통해 국내업체들간 보다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한국관을 꾸미면서 동종분야 기업들을 한 곳에 모아 부스를 설치했다면 보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부스 위치를 제비뽑기로 결정하다보니 상호연관성이 없는 기업들이 중구난방식으로 제품을 선보일 수밖에 없었다. 2000개 가까운 기업들이 수많은 제품을 전시하는 넓은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부스 설치 하나에도 보다 세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상철= 잘만테크는 이번이 처녀출전이다. 한국관 운영에 대한 불만보다는 어찌됐든 한국관이 마련돼 수월하게 컴덱스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상돈= 컴덱스 전시관에서 한국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위치선정 등 짜임새 있는 준비가 부족했다고 판단한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해외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 및 유관단체들이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 IT기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상당한 실적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차원에서 해외 마케팅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업체들은 기술개발에 보다 전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근=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한국관이 있어서 그나마 준비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단순한 부스 지원만이 아니라 프로모션에 대한 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간단한 예로 소개책자에 일부업체의 이름이 아예 빠져 있기도 했다. 또 관람객들의 동선을 고려한 부스 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아쉽다.

◆이종훈= 싱가포르는 크리에이티브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국의 모든 업체들을 모아 컴덱스에 출전했다. 싱가포르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럴 경우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에만 주력하면 된다. 앞으로도 모든 업체들이 한국관에 개별적으로 참여하면 가격 등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강진구= 대만·홍콩 등 다른 국가관의 부스들도 형태 측면에서는 우리와 비슷했다. 한국관은 이들 중 가장 큰 규모로 구성됐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업체의 부스처럼 좀더 세밀하게 부스를 구성했다면 보다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전시장 입구에서 한국관을 알릴 수 있는 홍보이벤트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병식= 제품과 쇼는 다르고, 쇼하고 계약하고는 또 다르다. 하지만 쇼는 중요하다. 미국 등 해외시장을 진출하는데 있어 쇼처럼 많은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드물다. 국내기업들은 성질이 급하다. 하나의 바이어를 놓고 동종업체간 서로 가격을 경쟁하는 경우도 있다. 쇼에 참가하면서 대기만성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최소한 3번 이상은 참가한 다음에 장사를 해야한다고 본다. 컴덱스에 오는 관람객들은 한번 찾고마는 뜨내기 손님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내년에도 참여한다. 바이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관의 경우 매일 일일 계약실적을 조사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상돈= 정부도 컴덱스에 참여하는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할당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치화된 자료가 필요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 없이 실적에만 급급한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종훈= 바이어들은 부스의 크기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 평가한다. 즉, 자주 얼굴을 비치는 업체를 선호한다. 3년째 참가하다보니 아는 바이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컴덱스에 구매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오는 것은 아니다. 올 컴덱스에 참여한 업체들은 이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 대비하는 작업을 해야한다. 컴덱스를 바이어와 안면을 익히고 이들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관리하는 자리로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조급하게 실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사람을 사귀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관련업종간에 장기적으로 바이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강진구= 컴덱스에 참여하기 전에 서로가 가지고 있는 해외 바이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경쟁만 할 줄 알았지, 공존공생하는 자세가 부족하다.

◆이상철= 제품이 좋다면 소개만 하면 된다. 제품이 기본이다. 제품이 좋지 않으면 바이어에 대한 아무리 좋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도 설득을 할 수 없다.

◆이상돈= 컴덱스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 쇼를 통해 얼마를 팔 것인가 보다는 전세계 기업들이 참여하는 이 행사를 통해 해당 기업의 미래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컴덱스가 아니면 일반고객이든 바이어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는가. 또 앞선 기술들을 보고, 시장의 동향을 읽으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있겠는가. 오는 것이 있어야 가는 것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컴덱스에 참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번 컴덱스의 결실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컴덱스를 일회성 홍보 및 판촉행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배움터로 활용해야 한다. 또 정부와 기업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결실물을 공동으로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컴덱스가 한국의 선진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강진구= 쇼에서 만난 바이어들을 제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이메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이어와의 연결고리가 실적과 연결되는 단초가 된다. 잘 나가는 기업은 무엇보다 이를 잘하는 회사다. 마지막으로 이번 컴덱스의 결실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가 보다 발전적인 회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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