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계컴텍스는 한마디로 ‘슬림컴덱스’로 요약된다.

이번 컴덱스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9·11 테러사건의 여파로 외형적으로 규모가 대폭 축소됐고, 내용적으로도 향후 정보기술(IT) 산업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는 별다른 이슈를 내놓지 못했다.

◈초라해진 컴덱스=올 컴덱스는 미국 IT산업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역대 컴덱스중 가장 초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컴덱스 주관사인 키3미디어에 따르면 올해 컴덱스 참여기업수는 작년에 비해 300여개이상 줄어든 약 2000개로 공식집계됐다. 또한 관람객 수도 작년보다 7만5000명이 줄어든 12만5000명으로 추산됐다.

키3미디어의 릭 무어 수석부사장은 “지난해에만 약 300~500개 미국 IT기업이 도산했다”면서 “경기침체에 직면한 많은 기업들이 경비절감 차원에서 컴덱스 출전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참여기업의 감소로 인해 올 컴덱스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한 곳에만 전시관이 마련됐다. 작년만해도 넘쳐나는 신제품을 전시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인근에 위치한 샌즈엑스포까지 전시장으로 활용했던 것과는 비교하면 규모의 위축을 실감할 수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이 개막을 앞두고 컴덱스 출전을 포기하면서 컨벤션센터 내에서도 주인없는 빈 부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슈없는 컴덱스=이번 컴덱스는 올해로 23주년을 맞은 관록에 어울리지 않게 특정분야를 주도하거나 전체 IT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핫이슈를 던져주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소니 등 대형 IT기업들이 예년의 컴덱스처럼 IT산업의 ’핑크빛 미래’를 얘기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재료가 부실했다는 분석이다. 거대 IT기업의 전시관은 대부분 이미 공개된 기술 및 제품들로 채워져 IT산업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할 새로운 기술 및 이슈를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MS는 윈도XP를 앞세워 컴덱스 첫 날부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쳐, 이번 전시회가 ’MS컴덱스’라는 비아냥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엑셀·파워포인트 등 윈도XP 기반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꾸며져 MS 전시관에는 경품을 타려는 관람객들의 행렬만 이어졌을 뿐 이렇다할 특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선네트워킹·생체인식 등 일부 분야가 IT 종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간판 부재로 고민하던 컴덱스의 체면을 세워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TDK·프록심 등 일부 기업이 무선 네트워킹 표준인 801.11b(와이파이)기반의 진일보한 제품들을 선보였으며, 미국 애세로스 커뮤니케이션은 새로운 무선 네트워킹 표준인 801.11a 칩셋을 전시,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 9·11 테러사건으로 인해 이리디언·니트젠·시큐젠 등이 선보인 홍채인식 등 새로운 생체인식 기술도 적절한 타이임으로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르 제공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리눅스분야는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터보리눅스 등 대형 리눅스업체들이 참석을 포기, 리눅스 기업들의 파빌리온의 구성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시아의 약진=올 컴덱스의 전반적인 위축에도 불구하고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대형 국가관을 마련하는 등 컴덱스에 변함없는 관심을 보이며 전시관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국가전시관중 최대규모인 한국관을 마련,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일본은 소니·도시바 등 대형 IT기업들이 별도의 전시관을 마련했으며, 특히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는 무선인터넷 i―모드의 성공과 세계 최초의 비동기식 IMT-2000(W―CDMA) 서비스 상용화로 인한 지명도 덕분으로 처녀출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중국은 최대 IT기업인 롄샹그룹과 선전경제특구가 대형 전시관을 선보였다. 이밖에 대만·홍콩·싱가포르 등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국가관을 꾸몄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함께 컴덱스의 중추세력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시아 IT기업들이 유럽기업 등의 참여가 부진한 컴덱스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발상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지적도 적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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