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한 변호사

1999년 최첨단의 전자거래기본법을 제정, 세계 전자상거래법 영역의 선두주자로 우리나라의 입지를 다져온 정부는 최근 급변하는 전자상거래 환경에 부응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꾸준한 준비과정을 거쳐 최근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은 전문개정 방식으로 주요골자는 ▲전자문서의 송수신 시기와 장소,전자문서의 독립성, 수신확인 등 규정을 개정하고 ▲소비자 보호 등 전자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고 ▲전자거래 촉진을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한 규정을 두고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를 법률상의 기구로 격상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전자거래가 사회 전부문으로 확산되고 전자거래 환경도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이에 신속하게 대응해 전자거래기본법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취지는 환영하는 바이나 좀 더 나은 법개정을 위해 두 가지만 지적해 두고 싶다. 첫째, 개정형식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개정은 ▲법의 체제를 변경하는 경우 ▲수차의 개정으로 법이 누더기가 된 경우 ▲기타 대폭적 개정으로 현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해야하고 법적안정성 차원에서 전문개정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그런데 전자거래기본법은 시행한 지 2년여 동안 한번도 개정된 적이 없고 이번 개정이 논의되는 부분도 전체적인 체제의 변경없이 자구 수정과 정부시책 면에서 몇 개 조항을 신설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전문개정의 형태를 취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더욱이 이 법을 이웃 일본과 중국에서도 선진적 입법으로 보고 법제정을 위한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단기간에 전문개정을 해버린다면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한국은 조령모개하는 나라로 치부될 것이다. 따라서 부분개정의 형식을 권하고 싶다.

둘째, 이번 개정안에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는 것은 위원회가 하는 조정에 법적인 뒷받침을 해준다는 의미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나 조정에 당사자간의 합의와 동일한 효력만 부여하는 것은 미흡하다고 본다. 정부 일각에서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게 된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직과 구성에 있어 중립성과 독자성이 있고, 그 절차에 있어 신중성과 공정성이 보장되고 당사자간에 조정절차에 의한 분쟁종결 의사가 인정된다면 그 조정결정에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한다하더라도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저작권 분쟁·컴퓨터 프로그램분쟁·금융분쟁·언론중재·의료분쟁·소비자분쟁등의 조정에 있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부여되어 있다. 또한 UDRP에 의한 도메인 이름 분쟁해결 절차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자상거래에 관한 분쟁을 재판외 절차로서 신속하게 종국적으로 처리해야 할 현실적 필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정결정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은 분쟁조정위원회의 국내외적 기능과 역할에 비추어 볼 때 반드시 구현돼야 할 과제이다.

기타 현행 전자거래기본법의 체제 변경·기업간 전자거래·전자거래의 효력·국제전자거래 등의 입법도 필요하나 이 부분은 급변하는 전자상거래 기술과 제반 환경을 고려할 때 시간을 두고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다른 분쟁조정기구, 특히 B2C 전자상거래 분쟁처리에 있어 경쟁관계에 있는 소비자보호원이 내린 분쟁조정의 효력과의 균형을 고려할 때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함을 골자로 하는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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