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용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장

21세기는 정보화의 시대인 동시에 ‘문화의 시대’이기도 하다. 문화는 일반적으로 한 시대의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지식·신념·행위의 총체를 뜻하며, 도구의 사용과 함께 인류의 고유 특성으로 정의된다. 이에 따라 문화의 존재와 활용은 인류의 고유 능력, 사고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문화의 정의는 인류학의 발달과 더불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알프래도 루이스 크로버는 습득된 행동, 마음속의 관념 등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려 164개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문화는 한 시대의 사회나 조직의 존재가치인 ‘정체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이 소멸된 것은 고유의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며, 유태인들이 오늘날 이스라엘을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0년간 그들만의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언어와 문화의 힘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랜 기간동안 사회구성원들이 느끼고 즐기면서 공감할 수 있는 태동기와 성장기를 거쳐 형성되는 것이다. 문화가 없는 민족이나 기업을 선진국이나 선진기업이라 할 수 없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사회가 복잡다기화 되면서 여러 형태의 하위문화가 등장하고 있다. 교통문화, 여행문화, 공연문화, 음주문화, 기업문화는 물론 인터넷기반의 사이버문화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기업인들은 소비자와 기업의 사회적 정체성 확립에 역점을 두고, 고객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진흥·발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는 국가나 기업의 문화적 특성을 살린 ‘문화상품’이 인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건전하고 품격있는 문화를 토대로 한 제품개발 등은 기업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중요한 요소로 떠오를 것이다.

요즘 인터넷의 이용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모든 분야의 가치관이나 개념에 대한 정의를 근본적으로 뒤바꿔놓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디지털시대의 대표적 문화적 특성으로는 ‘개성의 발현’과 ‘형식의 파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시대에 들어 자신의 개성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욕구는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도 예외일리 없다.

따라서 디지털사회는 ‘고객이 주인’인 또 하나의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개인의 개성을 최대한 배려하는 맞춤형 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도 이같은 추세의 한 단면일 것이다. 금융서비스도 개인의 이용성향을 분석해 계절·시기별로 다양한 맞춤형 상품을 판매하는 기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의 우편사업은 1884년 홍영식 선생에 의해 처음 도입된 근대식 행정제도의 하나로, 117년의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당시만 해도 통신은 특권층이나 국가 차원에서 군사 목적 등에 주로 이용한 제한된 영역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서민의 친숙한 벗이자 문화상품으로 우리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편지를 주고 받으며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서간문화’가 탄생하게 됐고, 편지 겉봉에 붙어 있는 우표를 수집해 작품화하는 ‘우취문화’도 선보이게 됐다. 특히 우표는 디자인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우표작품으로 전시회까지 여는 등 취미활동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4월 선보인 ‘나만의 우표’는 온라인시대에 걸맞은 문화상품의 대표주자라 할 만하다. 이 우표는 우표를 인쇄할 때 우표의 일부분을 여백으로 남겨 놓고 우체국에서 고객에게 판매할 때 고객이 원하는 사진이나 그림, 회사마크, 상표 등을 빈 공간에 인쇄, 제작해주는 고객맞춤형 신개념 우표다.

이 우표는 그동안 고객의 개성을 도외시 했던 아날로그 상품의 단점을 디지털기술로 보완해 새롭게 선보인 ‘퓨전’(Fusion)상품의 성격이 짙다. ‘나만의 우표’는 8월말 현재 불과 4개월동안 전지 83만장을 판매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개성 살리기’ 아이디어로 일거에 5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효자상품이 탄생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고객의 개성과 요구를 최대한 반영, 인터넷우편· 온라인 쇼핑몰· 인터넷뱅킹 등 최첨단 우정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고객이 연중무휴 우편과 금융서비스,정보기술(IT)이 융합된 퓨전상품을 접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서비스에 박차를 가해 ‘고객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정사업본부의 최대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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