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 그리고 세계 유수의 컨설팅 업체들. 지난 99년부터 본격 개막된 국내 금융 ERP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이다.

ERP패키지만 놓고 본다면 한국오라클(대표 윤문석)과 SAP코리아(대표 최승억) 양강체제가 굳건하다. 간간히 제3의 ERP 업체로 미국 피플소프트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아직 국내 수주실적은 없다.

현재까지 ERP시스템을 도입한 금융기관은 20여곳. 은행권의 경우 지난 99년 6월 ERP를 도입한 조흥은행을 시작으로 국민· 신한· 외환· 주택· 기업· 하나· 농협· 부산· 대구· 광주· 제일은행 등 총 12개다. 증권사는 굿모닝증권· 대우증권· 대한투자신탁증권· 한국투자신탁증권· 신영증권 등 5개사, 보험사는 알리안츠제일생명과 삼성생명 등 2개사, 신용카드사는 외환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2개사다.

보험업계만 제외하면 한국오라클이 전반적으로 우세한 시장구도다. 하지만 SAP코리아는 독일계 자본이 대주주로 있는 알리안츠제일생명과 외환은행(코메르츠방크)을 확실히 잡았고, 또 삼성전자 ERP를 구축했다는 ‘우위 요소’에 힘입어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 ERP프로젝트도 따내는 등 보험권 ERP시장을 선점했다. 특히 보험업계는 이제야 ERP 도입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SAP로서는 가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오라클은 보험권 공략은 부진했지만, 현대캐피탈과 외환카드 등 초기 신용카드 ERP 구축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금융ERP 시장을 놓고 가장 불꽃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은 대형 컨설팅업체들이다. 실제로 ERP 패키지를 이용해 ERP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컨설팅 업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ERP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금융기관들은 대개 컨설팅업체들에게 프로젝트를 의뢰하면서, ERP시스템에 탑재할 패키지까지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컨설팅업체들은 ERP패키지 선정에까지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정작 ERP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은 컨설팅사들인 셈이다.

컨설팅업체들 간에는 당연히, 얼마나 많은 컨설턴트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시장영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업체별로 보면, PwC와 액센추어의 전통적인 강세속에 아더 앤더슨, 딜로이트 등이 신진세력들이 메이저그룹에 급속히 편입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컨설팅 업체들간에 ‘저가 수주 경쟁’도 심심치 않게 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생명 ERP프로젝트의 경우, 당초 알리안츠제일생명의 ERP시스템을 구현했던 딜로이트가 유력했으나 PwC가 막판 가격경쟁에서 이를 뒤집었고, 덕분에 삼성생명은 예상했던 액수보다 프로젝트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ERP시장이 확대되다보니, “‘몸값만 비싼’ 컨설턴트가 범람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당초 계약할 때는 A급 컨설턴트 수준의 보수대가 계약을 맺어놓고, 실제 구현작업에 투입되는 컨설턴트들은 C급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불만이 그것이다.

<박기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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