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널방송산업이 본격 전개되면서 지상파방송사들의 우월적 입지가 점차 위협받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는 이제 수많은 채널 중 하나로 격하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의 차별화, 시청자 선택폭 확대, 양방향 및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특징지워지는 다매체 다채널 다기능 방송의 등장은 더 이상 지상파방송사들의 독과점 체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의 시장 장악이 확고했다. 각 지상파방송사들의 2000년 매출액 집계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광고신탁액 집계에 따르면 전체 방송산업에서 지상파방송사들의 매출액은 77.6%, TV광고수익은 9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연말에 디지털위성방송이 도입되고 케이블TV의 다채널화와 디지털화가 추진되면 점차 변화를 맞을 것이다. 이는 뉴미디어 도입이 우리보다 앞섰던 외국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독과점사업자로서 안주해온 데서 탈피, 방송영산산업의 한 주자로서 공존의 법칙을 배워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상파방송의 우위가 하루 아침에 타매체에 의해 전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압도적 우위체제에서 경쟁체제로 전환되는 데 따른 새로운 위상을 정립해야 하는 숙제는 안고 있다.

◈방송·통신의 융합서비스 등장은 지상파 방송에 불리 =지상파방송은 수신지역이 광대하고 시청접근이 뉴미디어보다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건이 멀티미디어콘텐츠시대엔 오히려 짐이 되기도 한다. 온국민을 상대로 하다보니 콘텐츠는 위성이나 케이블TV보다 깊이와 전문성에서 떨어지며 국민적 시청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 위성방송과 케이블TV의 양방향서비스는 전송비용은 많이 들더라도 유료가입자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전문화가 가능하고 국민적 규제와 심의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가입자관리의 부재와 위성 및 케이블에 비해 리턴채널 확보가 불리해 인터렉티브데이터서비스라는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를 개척하는데 장애가 많다는 단점을 지고 있다.

디지털과 인터넷기술의 발달로 미래방송은 단방향에서 양방향서비스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지상파방송사들은 지상파방송이 갖고 있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이같은 방안으로 정보통신부는 위성과 케이블TV에 비해 지상파가 유리한 HDTV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위성과 케이블TV도 디지털로 전환되면 SD급을 서비스할 수 있고 압축기술의 발달로 HD급의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은 ‘국민방송’ 또는 ‘베이스방송’으로서 보도·교양 분야를 중심으로 뉴미디어 채널들이 개발하기 어려운 보편적 콘텐츠 개발과 사회소회계층 끌어안기 등 공익성 유지에 매진해야 한다. 또한 뉴미디어와의 콘텐츠교류를 촉진, ‘원소스멀티유즈’를 통한 상호공존과 비용절감을 도모해야 한다.

◈방송영상산업 발전의 조성자 역할 기대 = 지상파방송이 지금보다는 매우 약화되겠지만 우월적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방송영산산업의 발전을 위해 여전히 책임이 지워진다는 뜻이다. 이제껏 지상파방송사들은 케이블TV 등 타매체와의 공존보다는 동종 경쟁사업자와의 경쟁에 매달려 지상파방송으로의산업집중을 가중시켜왔다. 외주제작의뢰나 외주제작물 구입 등 법적 장치가 있으나 편법으로 규정을 어기는 사례가 다반사였다.

미국의 경우 지상파방송사, 케이블TV PP, 독립영상제작업계가 유기적으로 콘텐츠의 수급체계가 형성돼 있다. 프랑스에서 영화투자의 최대 담당자는 방송사들이다.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우리 방송사들들의‘인하우스시스템’은 경쟁배제로 질과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특히 인력과 설비, 장비의 집중을 초래, 타매체의 성장을 제약하고 다채널방송산업에 적응하는데 실패할소지가 높다.

대다수 방송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지상파방송사들은 조직을 슬림화하고 과감히 외부에 프로그램제작을 위탁함으로써 위성, 케이블TV는 물론 영화, 애니메이션, 음반 등 전체 방송영상산업에 지원을 확대하고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경쟁적으로 케이블채널을 신설하는 등 확장일로의 전략으로는 무한경쟁시대에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이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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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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