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분야를 두고 영역분쟁을 벌여온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최근 ‘디지털 콘텐츠 식별·유통시스템 구축사업’을 앞두고 또다시 ‘정면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화부와 정통부는 지난 7월 디지털콘텐츠 시스템과 관련, 정통부는 콘텐츠 식별·유통 등 기반시스템을, 문화부는 문화관련 응용분야를 맡기로 이미 합의했다. 그러나 문화부가 내년부터 2년간 60억원 규모를 투입해 ‘디지털오브젝트식별체계(DOI) 기반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키로 하자 두 부처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통부는 “이 사업이 정통부가 이미 구축 완료한 ‘디지털콘텐츠식별(DCI)시스템’ 사업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이에 대해 문화부는 “이 사업이 DOI 응용분야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부처가 하루빨리 갈등을 종식하고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는 것만이 국내 콘텐츠산업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비판한다.

◈어떤 시스템인가〓디지털 콘텐츠 식별·유통시스템은 책·음악·논문 등 디지털화된 콘텐츠에 바코드 같은 고유 식별기호를 부여, 식별기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콘텐츠 위치를 손쉽게 찾고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유통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기존에 인터넷에서 콘텐츠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인터넷 주소를 입력해야 했으나, 이 시스템이 개발되면 콘텐츠 식별기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가능하다. 이 시스템과 인터넷상의 지적재산권 보호기술들이 고도화되면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유통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통부는 DCI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부호체계를 만들고 이에 기반한 콘텐츠 등록·검색·유통 시스템을 이미 구축했다.

◈무엇이 문제인가〓양측간 갈등은 문화부가 내년도 사업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기획예산처에 ‘DOI 기반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구축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부터 재연됐다. 문화부는 이 사업에 내년에 27억7000만원, 2003년 32억3000만원 등 총 6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제출했고, 최근 기획예산처는 약 21억원의 내년 예산을 배정하기로 조정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정통부는 이 사업계획이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 정통부가 이미 구축해 시험가동중인 DCI시스템과 중복될 우려가 크다며 반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문화부 관계자는 “DCI와 관련해 정통부는 DCI 등록·변환 같은 기반시스템을 만들고, 문화부는 응용이 되는 검색·유통시스템을 만들기로 양부처간 역할 조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정통부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상하기에 앞서 DCI시스템을 개발했지만, 문화부는 비즈니스모델 개발작업을 먼저 진행하고 거기에 맞는 콘텐츠 검색·유통시스템을 만들 예정인 데다 정통부가 개발한 DCI 번호를 그대로 이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중복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정통부 측은 “문화부가 할 일은 문화분야 DCI 부호할당 같은 응용분야에 한한다”며 “콘텐츠 검색·유통시스템을 문화부가 구축하도록 결정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문화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사업 중 상당부분은 민간분야에서 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역할분담 명확히 애야〓두 부처간 갈등은 ‘기반사업’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동일 분야 사업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 담당자들간에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고, 각기 ‘관성’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관행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DOI’라는 신기술 분야에 대해 정부부처가 지나친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단순한 콘텐츠 분류체계 기술을 두고 부처간에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경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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