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외산 네트워크장비에 대한 선호와 국산장비에 대한 역차별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박상희 의원(민주당)이 67개 정부·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국산·외산장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중 35개 기관이 보유한 장비가 전부 외산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 규모도 금액기준으로 85%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외산 네트워크장비 선호는 각종 장비조달시 작성하는 입찰규격서상에 아예 특정 외산업체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명시해 국내업체의 입찰참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산림청은 산림행정정보망 구축장비 구매를 위한 장비별 입찰규격서를 제출하면서 라우터 지원 프로토콜 사양에 시스코시스템즈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프로토콜인 IGRP, EIGRP를 첨가해 다른 업체의 입찰제안을 봉쇄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9월 농업과학기술 정보화기반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장비규격서에 아예 ‘Cisco 3640’이라고 특정업체를 명시하기도 했다.

또 관세청(인천신공항 세관정보통신망), 농림부(농업통계시스템), 산림청(국유림관리소 LAN 구축)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외교통상부, 노동부, 조달청, 농촌진흥청, 남양주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충북농업기술원, 동대문구, 중랑구, 공정거래위원회, 광주시교육청, 광주소방본부 등이 지난해 이후 실시한 각종 장비입찰에서 국산 장비업체의 입찰참여 자체를 제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외산장비를 선호하고 국산장비를 차별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네트워크의 안정성 차원에서 볼때 국산보다 외산에 대한 신뢰가 높은게 사실”이라고 밝혀 외산 선호의식을 시사했다.

박상희 의원은 “네트워크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때 구축된 장비가 외산제품이라면 담당실무자는 면책을 받지만 국산장비일 경우에는 질책을 받는 풍토마저 있다”며 “담당공무원들이 국산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공정한 경쟁입찰을 실시한다면 국산장비도 충분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에 비해 아직까지 국내 기술수준이 미흡한 면도 있지만 상당부분 국산화에 성공해 성능을 입증받고 있는 국산장비들도 많다”며 “성능이 뒤지는 국산장비를 구매해 달라는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입찰을 해달라는 것이 업체들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 외국장비업체 관계자는 “지난 99년 이전에는 네트워크장비를 개발하는 국내업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외산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며 “외산장비를 구매한 고객들도 내부적인 검증과정을 통해 장비를 선택하기 때문에 외산선호니 국산 역차별이니 하는 것은 조금 과장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IT산업을 육성해 한국을 세계적인 정보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구호가 허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국산, 외산을 가리지 않고 공정한 경쟁입찰을 보장하는 제도와 관행을 조속히 확립하는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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