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처간 영역다툼과 중복추진 등으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산업자원부 국가산업표준(KS) 중심으로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표준화하기로 결정했으나, 새로운 표준화 체제 역시 출범 초기부터 관련부처간 의견다툼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어렵사리 봉합해놓은 표준화에 대한 부처간 불협화음이 재연 조짐을 보임에 따라 표준화 문제가 장기 표류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 등 관련부처는 그동안 혼선을 빚어온 ITS 표준화를 산자부 KS 중심으로 정리하기로 하고, 올해중 21종, 향후 5년간 총 150여개의 국가표준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열린 정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IT분야 국가표준을 산자부 KS로 일원화한다는 부처간 업무영역 조정내용에 따른 것으로, 산자부가 국가표준 제정을 주도함에 따라 정통부와 건교부는 산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ITS코리아를 통해 단체규격 개발을 진행하는 형태로 업무영역 조정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같은 조정결과에 정통부와 건교부가 반발하고 있어 표준화 추진계획도 잡지 못하는 등 상황이 답보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산자부 등 관련부처는 지난 24일 ITS 표준화기구인 ITS표준분과위원회를 열고 올해와 내년중 제정할 국가규격 및 단체규격을 의결키로 했으나 부처간 이견으로 끝내 실패했다. 이날 회의에서 올해중 개발 완료되는 규격 33종 중 국가표준으로 추진할 규격 21종과 단체표준으로 추진할 12종, 내년중 개발할 예정인 규격 33종 중 국가표준으로 추진할 24종과 단체표준으로 추진할 규격 9종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된 것.

이는 정통부와 건교부가 최근 일단락된 ‘교통정리’ 내용에 수긍하지 못한 채 마지못해 응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부처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말 그대로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봉합’한 데 따른 후유증으로 볼 수 있다.

정보통신분야 국가표준이라 할 수 있는 KICS 제정기관인 정통부는 산자부 KS 중심의 ITS 국가표준 개발에 대해 적극 반대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한국전산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ITS 표준개발을 진행해 온 데다, 관련 예산과 조직에서도 산자부보다 앞서 있다며, 표준화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 정보형식은 산자부가, 통신부문은 정통부가 표준화를 추진키로 역할분담이 됐지만 구분이 불명확한 데다 장기적으로 통신부문까지 KS로 일원화한다는 게 산자부의 방침이어서 정통부의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건교부는 산자부 중심의 국가표준화에 대해 일단 동의하지만, 그 과정에서 건교부 역할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자부와 함께 정보형식 부문 표준화를 추진해야 하다 보니 역할이 애매하다는 것. 부처 예산을 투입해 장기간 개발한 작업의 결실을 산자부가 가져간다는 점에 대해서도 두 부처 모두 반발하고 있다.

ITS표준분과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국가규격 추진계획을 의결하지 못함에 따라, 분과위 산하에 ITS표준실무협의회를 신설, 이를 통해 부처간 이견을 조율해 나가기로 하는 한편 연내에 표준분과위원회를 한차례 더 열기로 했다. 그러나, 부처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한 표준화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결정된 국가표준을 대전· 전주· 제주 등 첨단교통 모델도시에 적용한다는 당초 계획도 이들 도시가 내년 상반기까지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ITS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8조원 이상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ITS분야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표준화가 선결돼야 한다”며 “산자부 중심의 표준화 정책이 이미 정해진 만큼, 조직· 예산· 법 등의 체계를 종합 정비, 국제표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경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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