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학교 법학과 정준현 교수

정보화 시대를 맞이해 정보의 불법유출이 성행하며 이로인한 개인정보의 오·남용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최대화하면서도 개인정보의 침해를 최소화함으로써 과학의 발전이 악마가 아닌 천사로서 우리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법제정비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특히, 정보유통의 혁명을 유발한 인넷은 비대면성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자신에 대한 공개의 의미를 갖는 개인정보의 제공을 인터넷 이용관계의 열쇠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상의 모든 법률관계와 공동체활동에 있어 개인정보는 당사자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익명자의 악마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정보화사회의 핵심과제는 개인정보보호를 통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정보가 갖는 인격적 요소와 재산적 요소 중 어느 것이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에 비중을 두고 국가의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고 정보통신망사업자의 보호에 비중을 두어 시장의 자율선택에 맡겨 둘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 특정인에게 자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자신의 인격을 이루는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는 것이며, 인격권은 재산권에 우선한다는 점을 비추어 본다면 해당 정보의 주체에 대해 통제권을 인정해야하고, 이를 제고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 몇 편에 잠시 눈을 돌려보자. 영화 ‘넷’은 해커가 개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왜곡·변형시킴에 따라 제3자가 해당 개인을 대신하고, 당사자는 범죄자로 수사기관에 쫓기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영화 ‘매트릭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 컴퓨터가 말들어낸 사이버공간에서 프로그램화된 행복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꼭두각시 인간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일은 결코 영화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아이가 연극을 망쳤다(bombed)’는 전화통화로 6개월간 연방수사국(FBI)의 감시를 받은 한 미국 시민이나 인터넷 사이트에 이름·외모적 특징·전화번호가 공개되면서 거리의 여자로 왜곡돼버린 여대생에 관한 신문보도는 영화속 이야기들이 현실과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가정보기관이나 사법기관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정보통신망의 이용촉진을 위한 범위내에서만 정보보호를 추구하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기타 신용정보법 등 각 부처의 ‘소관업무’법만이 존재할 뿐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에 대해 일반적인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일반법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부처할거주의를 배제하고, 정보통신에 가장 정통한 국가기관이 규범의 정립에서 해당분쟁의 해소까지 기술발전에 대응한 탄력적 행정입법을 관장함으로써 인터넷의 특성에 합치되는 개인정보의 개념설정과 공·사적 부문을 모두 아우르는 통제장치 및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구제장치가 하루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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