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즈가 그동안 은밀히 진행해오던 히타치와의 스토리지 부문 글로벌 협력관계 체결을 발표하면서 서슴없이 던지는 말이다.

선의 제이 퓨리(Jay Puri·46·사진) 아시아태평양그룹 부사장도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히타치 스토리지 제품의 기술력과 썬의 영업력이 합쳐진 만큼 기존 시장 구조를 흔들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썬의 서버와 관련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결합한 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막강한 파워를 형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의 데이브 로버슨(Dave Roberson) COO도 “우리는 스토리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선과 협력하게 돼 매우 기쁘다”는 말로 맞장구를 쳤다.

업계 일각에서는 선이 양사 협력관계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잘 끌어가느냐에 따라 EMC 및 IBM과 함께 스토리지 시장에서 3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선은 데이터 센터용 하이엔드급 스토리지 제품이 없어 이 분야에서 IBM과 경쟁시 항상 밀렸다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그러나 히타치와 손을 잡음으로써 스토리지쪽에서도 제품 라인업을 완벽히 갖추게 돼 IBM을 긴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퓨리 부사장도 “(히타치와의 협력으로 인해 메인프레임급 장비를 요구하는) 데이터센터 환경에서도 IBM이 제공하는 것보다 선이 제공하는 제품군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한국선 관계자들의 시각은 보다 직설적이다. 선이 히타치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은 IBM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드레인지급인 스토에지 T3스토리지 제품군과 서버 제품군을 갖추고 있었지만 하이엔드 스토리지 제품 미비로 IBM에 열세를 보였던 기존 시장 구도를 어떻게든 뒤집을 필요성 때문에 히타치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퓨리 부사장은 “그동안 최상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다양한 회사들과 접촉해왔다”는 말로 이같은 속내를 드러냈다. 다양한 요소들을 놓고 협정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분석한 뒤 히타치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선은 스토리지 전문 업체인 EMC가 양사 협력관계 구축에 따른 피해를 크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가장 큰 상처는 EMC가 입을 것”이라는 퓨리 부사장의 말에서도 나타난다. EMC 전체 매출액 가운데 30% 정도가 선에 판매한 물량이었다는 게 선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제 선 입장에서는 EMC 제품을 구매할 필요성이 없어져 EMC는 매출 부문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점차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고 있는 스토리지 시장 전쟁이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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