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클랜시라면 아직 한 줄도 쓰지 않은 작품으로도 출판사뿐 아니라 영화사와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의외로 이름 값을 하지 못했다. 자기가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게임 산업에 뛰어든지 5년이 다 되어가지만 변변한 성공작이 거의 없다.

그 중에서 딱 하나 건진 게 ‘레인보우 식스’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기존의 FPS(일인칭 슈팅)와는 달리 리얼리티를 추구했다. 무심코 고개를 내밀다 총 한방만 맞으면 그대로 끝나버리는 밀리터리 액션물이다. 후속작인 ’로그스피어’와 함께 이 시리즈는 팀 플레이를 통한 전술 구사라는 새로운 장르 표준을 만들었다.

’레인보우 식스 : 테이크 다운’은, ’레인보우 식스’ 엔진을 사들여서 국내에서 만든 게임이다. 시리즈 중 하나인 ’어번 오퍼레이션’에 한국 맵이 추가된 적도 있으니 그렇게 신기한 일만은 아니다. 그 때 국내 맵의 설계와 캐릭터 그래픽을 맡았던 카마 엔터테인먼트 제작팀이 이번에 독립적인 한국 맵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테이크 다운’은 움직임이 빨라진 것을 제외하면 이전 시리즈와 달라진 점은 별로 없다. 동일한 엔진을 사용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지적되었던 몇 가지 문제점들이 여전하다. 우선 미션 플레닝 페이즈에서 정확하게 명령을 잡아주지 못하면, 분대원들이 자살조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심할 경우, 같은 문으로 계속 뻣뻣하게 걸어 나가다가 기다리는 적에게 차례로 다 잡혀 죽기도 한다. 팀을 계속 바꿔가면서 직접 행동을 잡아줘야지 의지하고 맡길 수가 없다. 그 바람에 싱글 플레이의 난이도가 부쩍 높아진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게임은 멀티 플레이 중심이지 싱글 플레이의 밀리터리 액션이 아닌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쉽다.

하지만 국내 제작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바로 친숙한 맵이다. 두산 타워, 용산, 코엑스몰처럼 서울에 산다면 몇 번씩은 가봤던 바로 그 장소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덕분에 몰입감이 굉장히 높아진다. 알지도 못하는 낯선 곳을 지도 하나 가지고 돌아다니면 현실감이 없으니 긴장감도 덜하고 어딘지 어색하기도 하다. 반면 ’테이크 다운’에선 익숙한 곳에서 작전을 수행하니 실제 돌아다니던 기억과 겹쳐지면서 흥미도가 높아지고 몰입감도 가중된다.

안타깝게도 국내 제작이 줄 수 있는 또하나의 장점인 목소리 연출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성우들이 ’엑스 파일’ 출연진들이라서 꽤 기대했는데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교과서 읽는 수준이다. 이건 ’테이크 다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게임에서 대부분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게임 시나리오가 드라마 호흡과 많이 달라서 그런지, 성의가 부족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대로 된 연출이 없어서 그런지, 주어진 상황을 연기하는게 아니라 대본을 줄줄 읽는 것으로 끝이다. 성우들이 게임에 뛰어든 게 벌써 수 년째인데 아직 이 정도니 답답할 뿐이다.

한국 게임이 많이 발전했어도 아직은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번 작업이 단순히 유명 게임의 엔진을 활용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기술 축적의 계기가 되어 다음에는 뛰어난 엔진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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