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은 충분히 비축하고 있지만, 사격장이 많지 않다”

올해 PC서버 시장 상황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관련 제품은 넉넉하지만 수요처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만큼 PC서버 영업에서 지난해와 같은 재미는 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PC서버 생산업체에 무슨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 성능에 갑자기 하자가 생겼다거나, 시장 상황과 불협화음을 빚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라는 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탄이 많다는 것은 업계의 개발열기 만큼은 뜨거웠다는 것이다.

다만 개별 기업이 상황을 호전시키기에는 힘에 부친, 외부 요인이 컸던 때문이다. 태평양을 건너온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불황 여파가 컸고, 그로 인해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국내 기업들이 IT투자에 주춤거린 탓이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스러진 닷컴기업과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시장의 성장 둔화로 전반적인 PC서버 시장도 움츠러든 것이다.

게다가 일반기업의 IT투자 유예를 상쇄할 것으로 여겨졌던 공공분야의 수요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부는 ‘각종 IT관련 공공 프로젝트를 상반기에 조기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실제 교육· 국방 등 공공분야의 프로젝트 추진 실적은 의지를 훨씬 못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이 다른 분야로 핵분열 하는 것을 막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이다.

◈열리는 시장〓물론, 이처럼 환경이 어려웠다고 해서 PC서버 업계가 상반기에 완전히 ‘장사를 망친’ 것은 아니다. ‘사막에서도 모래를 판다’는 강인한 기업 정신으로 무장한 업계는 주변 여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지난해 IT경기와 대비해 올해 상대적으로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다는 의미이지,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다지 나쁜 성적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곧 장비를 배달하기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정도였던 작년 시장 상황을 기준으로 올해 목표치를 잡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특히 외국계 업체의 경우 대부분 본사의 ‘기대치’가 적극 반영된 올해 목표치를 100% 달성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올해 영업 실적 때문에 본사에 기죽을 정도의 상황은 결코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와는 눈에 띄게 바뀐 시장에 대응하는 각 업체들의 전략은 대체로 ‘솔루션 및 서비스와 연계된 토털 솔루션 제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장비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가 일체화된 마케팅을 전개함으로써 어려운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향은 컴팩코리아· 한국IBM· 한국HP 등 외국계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국내 PC서버 시장 경향 가운데 가장 뚜렷한 현상의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수시로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이기도 했다. 단순 하드웨어 위주의 납품이 아닌 솔루션을 부가시킨 토털 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고객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어찌보면 PC서버를 포함한 장비업체들이 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일견 시장의 흐름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우수한 솔루션 및 네트워크 제공업체들과 손을 맞잡기 위해 눈에 ‘쌍불’을 켰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PC서버 전체 시장 규모가 대략 3만4000여대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동향은 전체적인 IT경기의 침체 영향을 받아 저가 위주의 보급형 시장과 고가용성 기능이 강조되는 고기능 시장으로 양극화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판세와 전략〓민간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지난 2·4분기 국내 PC서버 부문 영업실적에서 컴팩코리아가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전자가 2위, LGIBM이 3위, 한국HP가 4위로 그 뒤를 이은 것으로 분석했다. IDC의 이같은 주요 업체 영업 실적 순위는 대체적으로 시장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이러한 실적 순위는 상반기 전체 실적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4대 업체가 시장의 주된 파이를 나눠먹고, 한국유니시스· 한국후지쯔 등 다른 업체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PC서버 부문에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컴팩코리아는 중소 기업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한 게 주효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로엔드 서버인 ‘프로라이언트 ML330e’와 리눅스, 웹메일 애플리케이션, 보안프로그램을 패키지로 구성해 공급하는데 주력한 것이 맞아 떨어졌고, 이와함께 대학정보화 시장을 솔루션업체들과 공동으로 뚫은 것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LGIBM과 한국HP 등 경쟁업체들은 올 상반기 컴팩코리아의 PC서버 매출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감소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컴팩코리아가 이제껏 1위 자리를 거의 내놓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리하지 않고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들 갈 경우 1위 자리를 머지않은 장래에 빼앗을 자신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시장경쟁 관전 포인트〓PC서버 업체들이 보는 하반기 경기동향은 상반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뾰족한 탈출구가 없는 이상 하반기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미뤄졌던 공공분야의 수요가 다시 일어나고, 투자를 연기했던 일반 기업들이 연말쯤에 가서 몰아치기식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의 올 하반기 기존 전략도, 솔루션과 서비스를 합친 패키지 판매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상반기의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조금 진전된 것이라면 상반기에 구축한 솔루션 제공 업체들과의 제휴를 더욱 공고히 하고 경쟁력 있는 업체들을 발굴해 나감으로써 자사의 파트너십 체계가 월등하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알리겠다는 방침 정도. 부단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하반기에도 메이저 업체들간 경쟁은 물론, 시장의 영역을 메이저 업체의 식탁에만 올려놓지 않겠다는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용호상박의 경쟁국면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선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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