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인가, 또다른 기회인가. 창업 25년을 맞는 컴퓨터어쏘시에이츠(CA)가 경영권 도전이란 심각한 기로에 섰다. 3만여명의 세계 IT전문가들이 참석한 올란도 ‘CA월드 2001’의 최대 화제는 바로 ‘와일리의 도전’과 ‘찰스 왕의 응전’에 있다. 텍사스의 억만장자 샘 와일리가 경영부실을 문제삼아 CA의 경영권 인수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9일 행사가 열리는 미국 올란도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찰스 왕 회장은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며, CA는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내부적으로도 경영진 및 직원들이 하나로 뭉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왕 회장은 “CA가 회계방식을 바꾸며 매출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인수합병으로 인해 얻은 1244가지의 제품들을 이제 4가지 브랜드로 정리하며 향후 전략과 비전이 수립된 상태”라며 “업계의 애널리스트들도 CA의 미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텍사스 거부로 알려진 와일리는 이사회 구성을 마치고,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면 CA에 곧바로 입성할 태세를 갖췄다. 와일리 측의 주장에 따르면, CA가 잦은 기업인수합병(M&A)으로 경영이 부실해졌고, 너무 많은 제품들이 한꺼번에 생겨나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CA를 4개 회사로 분리해야 한다는 것. 와일리는 미국 금융제도중 하나인 ‘프락시 파이트(Proxy Fight)’를 선언하고 CA 주주들에게 위임권을 받아 오는 8월29일 개최예정인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교체를 이루겠다고 벼르고 있다.

찰스 왕 회장은 와일리의 주장에 대해 “그는 단지 100주, 약 3000달러 정도의 주식을 가진 소액주주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프락시 파이트는 CA를 알릴 수 있는 좋은 홍보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CA가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수도꼭지가 아니라 수돗물이 잘 나오게 해주는 배관회사’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좋은 홍보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와일리가 경영권 도전의사를 밝힌 것은 한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일리는 지난해 CA가 40억 달러에 인수한 스털링소프트웨어의 회장이었으며, CA와 합병을 통해 100주 지분과 149만700주 옵션을 얻었다.

찰스 왕은 창업자이지만 그가 보유한 지분은 5.3%로 미미하며, 산제이 쿠마 CEO를 비롯한 CA 경영진의 지분을 모두 합쳤을 때 약 10% 정도다. 현재 CA의 최대 주주는 21%를 보유한 스위스 투자자인 왈트 해프너로, 그는 87년 CA가 인수한 유셀(Uccel)의 CEO를 지낸 인물이다. 따라서 최대 주주인 해프너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CA의 경영권 향방이 결정되는 셈이다. 그러나 해프너는 와일리의 30년 친구로 알려졌다.

왕 회장은 “해프너가 현 경영진에 지지를 표명해, 35~40%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며 두가지 이유를 들어 “와일리의 주장은 말로만 떠드는 것 일뿐”이라고 일축했다. 먼저 ▲공개매수를 하며면 매집이 이뤄져야 하나 실제 행동으로 벌어지고는 것은 없으며 ▲스털링소프트웨어를 인수할 때 ‘비경쟁(Non―Competition)’에 대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현재 CA는 뉴욕지법에 인수 당시 약속을 어기고 경쟁에 나선 것에 대한 약속위반으로 와일리를 제소한 상태다.

와일리가 51%의 지분을 얻어 경영권을 인수할 지, 왕 회장이 건재함을 과시할 것인지 다음달 29일에 세계 IT업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한편, 왕 회장은 8400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3년 연속 최고 연봉을 기록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왕 회장과 산제이쿠마 사장은 CA의 상황을 감안, 올해는 급여만 받고 스톡옵션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올란도(미국)〓박정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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