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엔비디아의 칩셋을 공급하던 P사와 영국의 3대 그래픽카드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인 T사의 한국협력업체 A사가 ‘엔비디아 칩셋 공급자격’을 둘러싸고 벌인 해프닝은 어지러운 국내 그래픽카드 및 관련 칩셋 시장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뒤늦게 엔비디아 칩셋을 국내에 공급, 자신의 ‘밥’에 숟가락을 대려는 A사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P사는 A사를 궁지로 몰아넣으려고 A사에 관한 국내기사를 번역해 엔비디아에 ‘보고’했다. P사의 불만을 접수한 엔비디아는 당연히 A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영국 T사에 압력을 넣었고, 급기야 T사는 A사 관계자를 영국으로 소환했다. A사 관계자가 한국을 떠나자, P사는 곧바로 엔비디아 관계자를 대동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정작 말하고 싶었던 얘기는 자신이 엔디비아의 ‘적자(嫡子)’이니, A사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한국시장에 칩셋을 공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영국에서 이 소식에 접한 A사 관계자는 서둘러 귀국, P사의 주장은 온통 날조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P사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엔비디아 관계자는 대표성이 없으며, P사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많은 증빙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두 업체는 아직도 이 문제로 상대를 비방하는 전자우편을 엔비디아측에 보내고, 국내 그래픽카드 제조업체에게 헛소문에 현혹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심심찮게 벌어졌던 이와 유사한 분쟁을 볼 때, 외국 회사는 국내의 어느 업체가 이기든 별 상관이 없다. 그래서 외국 업체는 방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결국은 국내 업체끼리 끊임없이 싸우는 상황이 되기 십상이다.

국내 업체간의 과당·과열 경쟁 때문에 외국업체에 얕보이고, 경쟁적으로 지불대가를 높여 다른 나라 업체에 비해 불리한 조건하에 계약을 맺는 것은 국내의 수입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고질병이다. 대만 업체들처럼 외국업체와 거래할 때 경쟁업체끼리 똘똘 뭉쳐 유리한 입지를 차지함으로써 돌아올 ‘파이’를 키우지는 못하더라도, ‘21세기 IT강국’을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행동은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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