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현 시그마컴 사장

로버트 기요사키가 지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가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부자 아빠가 되기 위한 지침서로 각광을 받으면서 젊은 직장인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고 있다. 기요사키는 최근 방한해 강연했는데,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3만명이 몰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내세우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돈이며, 돈을 잘 운영하고 관리해야 성공한다’는 점이다. 돈이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논리다.

벤처 업계에도 부자 벤처와 가난한 벤처가 존재한다. 많은 현금을 쌓아 놓고 주식시세에 시선을 맞추고 있는 벤처기업이 현실적으로는 부자 벤처로 보일 것이다. 또 직원들 봉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면서 불철주야 개발에 전념하는 벤처기업은 외견상으로는 가난한 벤처다.

성공한 벤처를 뛰어 넘는 진정한 의미의 부자 벤처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현금 유동성과 높은 주식 시세가 부자 벤처의 전부는 분명 아닐 것이다.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기술력,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키며 소임을 다하는 구성원, 그리고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벤처 정신이 바로 부자 벤처가 갖추어야 할 전제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명성과 부를 모두 축적한 IBM·휼렛패커드·소니·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 같은 기업을 IT분야의 부자 벤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성공한 벤처기업은 많이 있다. 하지만 성공한 벤처기업은 있어도 부자 벤처라고 부를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벤처기업의 역사가 일천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성공한 벤처 기업들이 부자 벤처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업 초기에 설정한 ‘존재 이유’가 주변 환경의 변화에 흔들렸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코스닥 등록을 통해 거금을 만지게 되고, 작은 성공이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에 빠져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창업 초기의 도전정신을 상실한 것은 아닐런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에 할애하던 시간을, 실패한 재벌기업들이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무리한 사업확장과 재테크에 소비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벤처기업이 있고, 또 매달 수많은 벤처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부자 벤처를 소망하며,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명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100개의 벤처 가운데 5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 가운데서도 성공한 벤처기업이 될 확률은 10% 미만이다. 현실이 이럴진대 부자 벤처가 되기 까지는 얼마나 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따르겠는가.

그렇다고 부자 벤처로 가는 길을 마냥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창업 초기에 설정한 존재 이유를 잊지 않고 성공이라는 고지를 향해 가일층 매진한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공평하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기요사키는 우리나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단지 주어진 현실세계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줄 뿐이지,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자는 부자 벤처가 되는 전제조건이 한가지 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옳고 그름이 부자가 되는 방법에 우선한다’는 대명제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부자 벤처가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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