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쟁 관계에 있는 반도체 업체들 간 특허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지적재산권(IP) 공유를 통해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새로운 공정 및 제품 개발 비용이 날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하는 한편, 경쟁업체들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D램 메모리 분야에서 램버스사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는 싱크로너스(S) D램과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 등이 자사의 싱크로너스 메모리 인터페이스 기술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 지난해 삼성전자 등 8개 업체와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하이닉스· 인피니언· 마이크론 등 3개 회사와는 각각 법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원고 측인 램버스가 수세에 몰려 있는 상태. 램버스가 인피니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달 9일 미국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연방지방법원의 배심원들은 원고 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오히려 피고 측인 인피니언에 350만 달러의 피해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배심원 평결이 연방지법판사에 의해 확정되면, 램버스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램버스는 삼성전자 등 8개 업체로부터 SD램과 DDR SD램의 로열티로 각각 생산액의 3.5%와 0.75%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인피니언 측에 따르면 이번 소송이 자사의 승리로 끝날 경우 삼성전자가 램버스에 더 이상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프로그래밍 가능한 로직 소자(PLD) 분야에서는 이 분야 양대 업체인 자일링스와 알테라가 지난 93년부터 특허 침해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연방지방법원은 알테라의 ‘플렉스 8000’ 시리즈 제품이 자일링스의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평결했던 작년 11월의 배심원 결정에 대해 평결 취하 판정을 내렸다.

자일링스는 알테라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을 처음 시작한 지 7년만인 작년 11월, 미 연방법원으로부터 ‘플렉스 8000’에 대한 기술 소유권을 인정받았으며, 알테라는 그 즉시 평결 취하 요청을 제기했었다.

한편, 자일링스는 이와 별도로 알테라의 자사 특허 3건에 대한 침해 소송을 오는 6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통해 개시할 계획인데, 자일링스는 이번 소송의 경우 알테라의 주력 제품들이 모두 특허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재판 결과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처럼 경쟁사간에 기술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서도, 독자적인 연구개발이 어려운 첨단 기술이나 시스템온칩(SoC) 등 다양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업체들 간에 IP를 공유해 제품개발 시간 및 비용을 단축하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NEC· 도시바· 후지쯔 등 일본 11개 반도체 업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아스카’ 프로젝트는 0.10~0.07㎛ 초미세회로 공정기술과 SoC(시스템 온 칩)를 개발하려는 계획으로, 각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IP를 공유 및 재사용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지난 달에는 삼성전자가 비 일본업체로는 유일하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각 업체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 룰과 IP 라이브러리를 표준화함으로써, 현재 20%에 머물고 있는 IP재사용 비중을 향후 5년 내에 70~8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인터넷을 통한 IP 공유의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98년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의 주도하에 설립된 인터넷 IP 거래소 VCX(Virtual Conponent eXchange, www.vcx.org)다. 모토롤러· 도시바· 멘토그래픽스 등 전세계 9개 반도체 회사의 참여로 시작된 VCX는 현재는 회원사가 40여 개로 늘어났으며, 국내에서도 전자부품연구원(KETI)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VCX 측은 오는 2003년에는 이곳을 통한 IP 거래 총액이 3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정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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