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주)이캐빈 대표이사

e메일은 애물단지다. e메일은 봉투에 넣은 뒤 우표를 붙여 보내는 서신보다 빠르고 간편하지만 ‘해킹이니 백도어트래킹이 활개친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누구나 한번쯤 ‘내 e메일은 별 탈 없는걸까’하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래서 e메일이 지닌 부정적인 면이 중요시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스팸이나 바이러스를 퍼뜨린다거나, 사내 네트워크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소중한 지적자산을 외부로 유출시키거나 업무시간을 앗아가는 탓에 e메일을 곱지 않게 본다. 하지만 e메일의 가치를 꼼꼼히 따져보고 나면 애물단지로만 여길 일은 아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하룻동안 세계를 오가는 e메일은 60억통이 넘는다. 세계인구 모두가 날마다 1통이 넘는 e메일을 주고받는다는 얘기다. 기업에선 e메일이 업무를 보는 데 없어서는 안될 감초가 됐다. 약속을 정할 때나 업무상 의견을 교환할 때도 e메일은 필수다.

지식경영에선 e메일에 있는 암묵지를 큰 지식자산으로 본다.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업경영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e메일은 아이디어의 보물창고이고, 사실이 그렇다면 메일서버엔 구슬이 서말 정도는 담겨 있다는 뜻이 된다.

e메일의 진가는 속도에 있다. 제한된 시간안에 의견교환이 이뤄지므로 사이클이 짧고 동시다발적이다. 친근감이 있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문다. e메일로 나누는 의견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때문에 기발한 아이디어도 넘쳐난다. e메일에 담긴 아이디어는 글로 쓰여지는 순간 따로 정리할 필요없이 e-데이터가 된다. 요즘 유행하는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e메일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은가.

기업에서 e메일은 단순한 정보교환수단 이상이 됐다. 기업내의 정보가 e메일을 통해 모였다 흩어지기 때문에 도심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정보의 허브인 셈이다. ㈜이캐빈이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기업에서 교환되는 지식 가운데 e메일을 통해 유통되는 비율이 무려80%나 된다.

e메일의 지식자산화가 힘든 이유는 개개인의 e메일 사용습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e메일은 대부분 곧바로 삭제되거나 파일형태로 저장되지 않는 데다 파일형태로 저장하더라도 어디에 저장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e메일에 있는 암묵지를 형식지로 즉각 전환해 주는 기술에 주목한다. 서치엔진 회사들이 몇가지 e메일 검색 솔루션들을 내놓고 있지만 e메일에 들어 있는 내용을 사람처럼 직관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 분류하는 기능이 없다. 그래서 초보수준이다. e메일에 들어 있는 데이터를 꿰어 가치있는 정보로 바꿔주는‘마법’이 등장하기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많은 돈을 주고 기능이 떨어지는 솔루션을 서둘러 도입하지 않더라도 e메일을 지적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있다. 팀단위로 e메일을 관리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e메일을 개인차원에서 관리하기 보다는 회사에서 정한 e메일 지침에 따라 사내 정보시스템에 자연스럽게 정리되도록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e메일을 회사의 ‘집단 메모리’로 간주, 문서파일 웹페이지와 함께 통합관리하는 것도 효율적이다.

지식경영은 머리 속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지식을 문서화하여 가시적인 형태의 지식으로 바꾸어 공유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렇게 문서화된 지식은 쉽게 변질되지 않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될 정보를 감지, 가공하고 확산해서 더 탄탄한 지식기반을 쌓고 그 바탕에서 일을 해 생산성을 높여가야 한다.

지식경영을 기업경영에 접목시키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지식경영은 매일 구호를 외쳐서 될 일도 아니고 아이디어 제출건수를 억지로 늘려서 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지식경영으로 가는 쉽고 가까운 길을 우리가 늘 사용하는 e메일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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