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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합리적 통신소비`가 핵심이다

홍진표 한국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이슈와 전망] `합리적 통신소비`가 핵심이다
홍진표 한국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논의에 더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논란이 불거지자 방통위가 검토에 들어가면서 단통법 폐지론 또는 지원금 상한선 폐지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이용자 차별 억제 효과는 얻었지만 지원금이 하향 평준화됐고, 단말기 출고가 거품 제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통신요금 인하 효과는 미미한 채, 마케팅 비용으로 약 1조원 절감한 통신사의 이익만 늘었다는 불만이 많다.

한편, 단말기 가격 거품 제고와 요금인하가 우선이라는 신중론도 힘을 얻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성급히 결정하기 보다는 기본료 폐지, 통신요금 인하, 단말기 거품 제거, 분리공시 도입, 공시지원금 지급액 증액 등부터 우선적으로 시행한 후 지원금 상한선 문제를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통법이 소비자의 선택 권리를 침해하는 반시장적 규제라고 폐지를 주장도 많지만, 면밀히 따져 보면, 단말기 시장과 통신 서비스 시장을 분리하지 않고는 왜곡된 경쟁에서 탈피하기 난망하다. 자동차는 그 가격, 성능, 연비로 경쟁해야지 매달 소비할 유류비를 정유사와 약정해서 할인받을 필요 없듯이 스마트폰은 그 가격과 성능으로 경쟁해야 하며, 통신요금은 통신사업자간에 경쟁해야 한다.

단통법 시행으로 50만원 미만 중저가 단말기 판매 비중은 21.5%에서 지난 5월 35.4%로 늘었고, 교체 주기는 16개월에서 20개월로 증가했다. 6만원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 비중은 33.9%에서 6.8%로 대폭 감소했고, 선택약정요금제(20% 요금 할인)가입자는 800만명을 넘어섰다 한다. 알뜰폰 가입자는 600만명을 넘어섰고 고사양 중고폰을 이용하는 '무료 렌탈폰'이 뜨고 있다. 소비자는 고가, 중저가의 신규 또는 중고 단말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며, 통신요금 부담에 입각해서 단말기를 교체할지 요금할인을 받을 것인지 선택의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의는 모처럼 정착되고 합리적 통신 소비 경향을 감퇴시키고 시장을 도로 혼탁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단기적 풍선효과는 있겠지만, 공시 원칙이 있는 한 통신사가 지원금을 늘릴 특별한 동인이 없다. 얼리 어댑터로 유명한 우리 국민들은 보급률 1위을 달성하고, 점유율 1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키웠는데, 다시 고가의 프리미엄 폰재고를 소진하는 데 주머니를 털어서야 되겠는가.

단통법 수혜자인 통신사들은 실질적인 통신요금 인하 조치를 펴지 않는 한, 기본료폐지 등 국민적 저항에 봉착하고 단통법 폐지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직접적 요금인하 정책보다, 제4이통사 지정, 알뜰폰 사업 활성화, 데이터요금제 확산, 단말기 자급제 등 통신사간 경쟁촉진을 통한 간접적 정책이 바람직하다. 번호이동의 경우도 기기변경과 동일하게 규제한 현행 제도를 통신사간 가입자 유치경쟁을 촉진하도록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이젠 가계 통신비 인하 논의 보다 합리적 통신 소비로 초점을 바꿀 때다. 통신망 고속화와 정보이용 고도화로 데이터 사용량은 매년 크게 증가하는데 개인 통신비용이 줄어들 수는 없다. PC나 노트북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단말기 사용이 확대됐고, 스마트 워치 및 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도 갖게 되고, TV와 자동차도 통신기기가 되는 초연결사회로 진입한 지금, 기회비용 대비 편익에 입각한 합리적 선택 보장이 중요하다. 공짜폰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시장원리와 합리적 선택을 방해했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 단말기 시장과 통신 서비스 시장 각각에서 가격과 품질 경쟁으로 합리적 선택과 소비 풍토가 조성되지 않으면 예측 불가능한 정보통신발전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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