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8.5% 증가한 1조1423억 투입키로
잠재력 높은 바이오헬스 분야도 대폭 증액


정부가 재정 여건 악화로 연구개발(R&D) 투자의 허리띠를 졸라맨다. 전체 R&D 투자 규모는 줄이더라도 국가 경제 성장을 이끌어 갈 미래성장동력 분야에는 더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내년도 국가R&D사업 중 국방·인문사회 분야 등을 제외한 19개 부처 373개 주요 R&D 사업에 대해 올해보다 2.3% 줄어든 12조6380억원을 투자하는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사업 투자 예산이 전년보다 감소한 건 1991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0년 동안만 봐도 정부 R&D 예산은 정부 총지출 증가율을 웃돌며 연평균 12%씩 늘어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양적인 성장을 계속해왔다. 반면 사업화 성공률 등 경제 성장과 연결된 실질적인 성과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기술을 빠르게 모방하고 개량하는 이른바 '빠른 추격자' 전략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R&D 투자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R&D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마저 한계에 부딪힌 정부는 본격적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먼저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선도자' 전략으로 R&D 투자의 체질을 개선할 방침이다. 민간의 기술 수준이 성숙한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를 줄이고, 앞으로 경제적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더 과감히 투자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내 대기업들이 강점이 있는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줄이고, 미래성장동력인 '지능형반도체'에 집중 투자하는 식이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내년 미래 성장동력 분야 R&D에는 올해보다 8.5% 늘어난 1조1423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빠른 상용화가 가능한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자동차 등의 분야에는 각각 50.6%, 11.6%, 64.1% 늘어난 862억원, 317억원, 604억원을 투자한다.

글로벌 신시장 진출 잠재력이 높은 바이오헬스 분야에도 전략적 R&D 투자가 이뤄진다. 선진국과 경쟁 가능한 태동기 바이오 신약 분야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의료기기 분야를 지원하는 '바이오 미래전략' 실행 사업에는 5.6% 늘어난 5987억원이 투입돼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 300억원(14.9%↑) △연구중심병원 288억원(69.1%↑) △ICT 융합 진단·치료 의료기기 개발 372억원(9.8%↑) 등 각 분야의 투자를 늘린다.

이밖에 태양전지·수소·연료전지·바이오 분야 등 신재생 에너지 핵심 기술 개발에 올해보다 2.7% 늘어난 1004억원을 투입하며, △농업과 ICT 융복합 R&D 1081억원(10.3%↑) △디지털 문화·콘텐츠 R&D 1372억원(5.5%↑) 및 서비스 분야 847억원(10.4%↑) 등의 전략 분야에 R&D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이장무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공동위원장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경제혁신과 미래 성장동력 창출 분야에 R&D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재정여건이 어려울수록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선택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도영기자 namdo0@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