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남긴 명언 중 이런 말이 있다. "두려움은 단지 환상이다.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 어떤 일을 하든 목표를 달성하는데 이보다 뛰어난 방법은 없다."

필자 또한 사람이 느끼는 대부분의 두려움은 미래를 알 수 없는 막막함에서 비롯되는 환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움츠려 드는 것처럼, 어디에선가 위험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사람들의 행동을 제한하고 소극적으로 만들어 버려 결국은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최근, 빅데이터가 세간의 화제이다. 빅데이터에 대한 수많은 정의와 해석들이 존재하지만, 필자는 새로운 차원의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시대가 열렸음을 나타내는 지표적 용어로서 '빅데이터'라는 단어의 가치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이 데이터를 분석, 획득한 인사이트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성장을 가속화하거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고, 새로운 스타트업들도 자신들만의 번뜩이는 데이터 이용방안으로 자신만의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또한 공공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교통, 세무, 치안, 복지,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사회적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전에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이 모든 가치의 창출은 빅데이터의 활용이 저장장치 비용 절감, 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전 등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에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IT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빅데이터 활용에서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각 기업들이 수집해 놓은 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과 교류는 물론, 공공기관마저도 개인정보침해라는 벽에 가로막혀 데이터 활용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렇게 된 원인이 혹시 우리 사회에 만연해진 데이터 활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기업이나 기관들은 혹시 있을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 관련 여론의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리스크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데이터의 적극적 활용이 곧 개인정보 침해 위험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서비스의 이용과정에서 수집된 개인별 데이터라 할지라도 안전한 환경 내에서 개인식별이 불가능하도록 처리되는 것을 보장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침해'라는 이유로 그 활용을 가로막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KT와 서울시가 협력하여 수행한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 선정 과제의 예를 보면, 서울시가 보유한 교통 관련 데이터와 KT가 보유한 기지국 통계 데이터를 융합·분석하여 최적의 노선을 성공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던 반면, 이 과제수행 과정에서 누군가의 개인정보 침해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전무하다. 만약 이 과제도 막연한 개인정보 이슈가 두려워 추진되지 못했다면, 지금 천만 서울시민들이 누리고 있는 심야버스의 막대한 편리함과 경제적 가치는 제공되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도, 개인정보보호도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이지만, 두려움이 앞설 수 밖에 없는 어두운 공간 속에서는 어느 누구도 빅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을 앞장서 주장하기 어렵다.

개인과 기업, 공공기관들을 모두 주저하게 만드는 이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의 투명성 제공이다. '혹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누구나 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혹시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개인정보를 침해했다고 문제가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들지 않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사회적 합의의 기준점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데이터 활용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대원칙을 만들기 위해 지지부진한 논의를 반복하기 보다는, 개인정보침해의 위험이 없다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투명하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데이터 활용방법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부터 우선 제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데이터 활용의 성공사례를 많이 발굴하여 민간기업과 자본이 이러한 사례들을 기준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에 안심하고 뛰어들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이드라인에 대한 여러가지 보완의견들이 도출될 것이고, 보다 효과적인 제도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작은 성공은 언제나 보다 큰 성공을 지향할 수 있는 토대와 가능성을 제공한다. 정부가 제공한 투명한 제도적 환경 속에서 단계적인 선순환을 반복하며 발전하는 것이 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 성공의 열쇠는 선순환을 얼마나 빨리 시작할 수 있는가이다.

이상엽 KT 융합기술원 빅데이터 프로젝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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