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란과 추가 핵 협상을 재개한다면서도 이스라엘과 이란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상반된 발언을 해 주목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끝났다고 확신하는 근거'를 묻는 취재진의 말에 "나는 두 나라를 모두 상대했는데 둘 다 지치고 탈진한 상태"라고 답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무력충돌)이 다시 재개될까? 언젠가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어쩌면 조만간 재개될 수도 있다"고 언급, 양국간 휴전 합의가 공고하지는 않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휴전 발효 시간 직후에도 양측은 소규모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을 강한 어조로 비난한 뒤 휴전이 유효하다고 밝혔고, 휴전 발효 24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양측간 추가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양측간 무력충돌이 재개된다면, 그것은 핵 파괴가 의심되는 현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추가적인 공습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데서 기인한다. B-2 폭격기를 이용한 벙커버스터 투하로도 이란 주요 핵시설은 파괴되지 않았다는 1차 분석이 미 국방부에서 나왔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한 언론을 비난하며 이란 핵은 '완전히 파괴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란도 핵시설의 손상을 인정했다. 알자지라방송의 2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 바가이 대변인은 이날 이란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력 중단 방침을 놓고 알자지라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핵시설 상황을 질문받자 "그렇다, 우리 핵시설이 심하게 손상됐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한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핵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헤이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음 주에 이란과 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요구할 유일한 것은 이전에 요구한 것이다. 즉, 핵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저농축을 포함한 우라늄 농축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역시 이날 "이란과 포괄적인 평화 합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위트코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 재개를 예고한 상황에서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고 "나는 그들(이란)도 준비 됐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양측의 포괄적 평화 합의는 핵무기 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포기,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상호 적대행위 중단 등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상대편인 이란도 미국과 핵 협상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국제 규범에 따라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뉴스통신 IRNA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전화로 "이란은 우리의 권리를 벗어나는 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이규화기자 david@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