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진료 단가 상승 등 가격 요인 76.7%
국민 1인당 건강보험에 지출하는 돈이 10년 전보다 28%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들의 과잉 진료 등 진료 단가가 오른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의료서비스 항목별로 설정된 가격을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KDI 보고서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가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28.0% 증가했다.
요인별로 보면 진료 단가 상승 같은 가격 요인이 76.7%로 가장 높았다. 지출의 대부분이 진료비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진료 횟수 증가(수량 요인)14.6%, 고령화 등 인구 구조적 변화(인구 요인)은 8.6%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동네 병원(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진료비 증가의 가장 큰 24.9%를 차지했다. 상급종합병원은 17.0%, 종합병원은 14.6% 등이었다.진료 형태별로 보면 입원 서비스보다는 외래 서비스에서 가격 요인의 상승 기여도가 컸다. 암 등 고비용 질환의 외래 중심 치료 전환, 진료 강도의 상승, 고가 서비스 이용 등이 해당된다.
고령화에 따른 진료비 지출 증가는 85세 이상 초고령층에서 컸다. 85세 이상에서 인구 요인이 전체 지출 증가의 50%, 수량 요인이 27%를 차지했다.
다만, 65∼74세 고령층에서는 진료 이용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과거보다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건강 관리도 양호해지면서 60세 이상 고령층이 병원을 찾는 비율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KDI는 건강보험 지출 관리를 불필요한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과 과잉 진료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진료량 및 진료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유인이 많지 않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예방·관리 중심의 일차 의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과 기반 보상제도 등 대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애 말기 연명치료 이용 증가에 대한 관리, 건강한 고령화를 위한 예방 투자 확대, 건강보험 지출 요인 평가의 정례화 등 과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원승일기자 wo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