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형 탈모는 보통 중년 이후의 고민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20대 젊은 층에서도 탈모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학업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습관,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탈모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탈모 치료에 대한 우려와 몰이해로 인해, 치료를 시작하는 데 있어 심리적 부담 역시 높은 상황이다.
◇M자 탈모부터 정수리 탈모까지…남성 호르몬 안드로겐 'DHT'가 주범
남성형 탈모는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에 의해 모발이 빠지는 대표적인 탈모 질환으로, 앞머리와 정수리부위를 시작으로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형 탈모가 유발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 호르몬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꼽히는데, 여기서 거론되는 호르몬이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다.
우리 몸에는 여러 종류의 안드로겐이 존재하는데, 이중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 효소를 만나면 강력한 안드로겐 인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된다.
이 DHT가 탈모를 유발하는 주요 한 원인이다. 남성형 탈모 환자의 혈중 안드로겐 농도는 탈모가 없는 사람과 비슷하지만, 국소부위에 한해 DHT가 많이 생성되고 해당 부위에서 남성형 탈모가 발생하게 된다.
즉 탈모 부위에서 5-알파환원효소의 활성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으며, 남성형 탈모의 발생은 안드로겐의 양보다는 탈모 부위에서의 5-알파 환원 요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과 관련해서는 남성형 탈모의 정확한 유전 양상을 명확히 알기는 어려우나, 남성형 탈모가 있는 사람들은 부모나 조부모 중에 탈모가 있을 수 있으며, 탈모 가족력이 있는 경우 탈모 발생 확률이 더 높다.
남성형 탈모의 주요 증상은 모낭의 앞부분과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점점 짧고 가늘어지고 색이 옅어지는 것이다. 탈모가 진행됨에 따라 이마선이 뒤로 밀려나고, 모발 수가 적어져 두피가 드러나게 된다.
남성형 탈모가 많이 진행된 상태여도 뒷머리는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원인은 앞머리 및 정수리 쪽의 모낭과 뒷머리의 모낭이 안드로겐에 대한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형 탈모가 발생하는 앞머리의 모낭은 DHT와 5-알파 환원 효소의 활성이 뒷머리 모낭에 비해 높기 때문에 모발의 성장 기간이 짧아지면서 탈모 위험이 커지게 된다. 남성형 탈모는 앞머리 경계선의 모양을 기준으로 M형, C형, U형 등으로 나뉘는데 그 중 M형이 남성형 탈모 중 가장 흔한 탈모 유형이다.
◇탈모인 60%가 놀림 받은 경험 있어...단순한 외모 문제 아닌 정서적 부담까지 야기
탈모는 병리적 문제이자 사회적,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복합적인 질병이다. 탈모증에 의한 부정적 이미지를 연구한 선행 연구 결과들에서도 탈모증을 가진 환자들은 탈모로 인하여 자신의 신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거나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우울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탈모로 인해 낮아진 외모 만족도는 대인 관계에 있어 자신감 상실, 심리적인 불안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20세 이상 성인 남성 212명(탈모인 114명, 비 탈모인 98)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모인들은 비 탈모인에 비해 낮은 자아 존중감과 높은 스트레스 및 우울감 정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병원을 방문한 탈모인의 60%가 탈모증으로 놀림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생활에서 탈모가 정서적 측면에서 큰 부담을 주는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형 탈모 치료, 조기 진단과 적극적 치료가 관건
우리나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국민 관심 질병통계에 따르면, 2023년 탈모로 진단받은 남성 환자의 수는 13만8548명이며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20, 30대가 44%로 거의 절반에 가깝고, 40, 50대(40%)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이는 병원을 방문해 급여 적용을 받은 환자 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실제 탈모 인구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20~49세 성인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다고 응답한 수는 단 74명(7.4%)에 불과하다는 결과도 있다. 탈모 치료는 빠를수록 유리하다. 탈모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전문의와 치료 시기를 상의하는 것이 좋으며, 효과를 보자면 조기 치료가 좋다.
남성형 탈모에 있어 의학적으로 확인된 치료법 중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법으로서 약물 치료는 현재 남성형 탈모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꼽히고 있다. 약물치료는 즉시 개선 효과가 있기 보다는 치료 후 2~3개월 정도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20대 중반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식생활과 생활 습관이 서구화되고 외부 환경호르몬의 노출 증가 등의 원인이 돼 탈모 증상이 시작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되었고 탈모 개선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5-알파환효소는 1형과 2형 두 가지가있는데 1형은 피부 전반과 피지선에, 2형은 모낭의 모유두와외측모근초에 주로 분포한다. 피나스테리드는 2형을 차단하는 반면, 두타스테리드는 1형과 2형을 모두 차단해 DHT생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두타스테리드는 치료 24주 차에 혈중 DHT 농도를 92%까지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장기 실사용 근거 연구에서 피나스테리드 대비 M형, V형에서 증상이 개선된 전체 누적 환자 비율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탈모치료제는 탈모를 느리게 하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실제로, 두타스테리드는 임상 연구를 통해 모발 수 및 두께가 유의하게 증가하는 등 모발 성장과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아울러 두타스테리드는 다국적 임상 시험에서 피나스테리드나 위약군과 비교해 성기능 관련 부작용을 포함한 부작용 발생률은 유사한 수준을 보였으며, 한국인 환자 대상 임상에서도 총 이상 사례 발생률 및 약물 관련 이상 사례 발생률은 위약군 대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일부 환자에서 성욕과 관련된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19년 국내 연구를 포함해 보고된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부분 약물 복용 초기에 나타나며 지속적인 복용에도 저절로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황정욱 모제림 성형외과 원장은 "남성형 탈모는 모발이 가늘어지고 성장주기가 짧아지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보이면 최대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타스테리드 등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치료는 탈모를 느리게 하는 역할 뿐 아니라 모발 성장과 회복에도 도움을 주고, 안전성 프로파일도 확인됐다. 탈모는 심리적·사회적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질환이며, 시중에 민간요법이 많은 만큼 초기에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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