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격화에 원자재 비용 급등… 글로벌 밸류체인 균열
"공급망 리스크 사전 감지… 특정국가·기업서 다변화 나서야"
"공급망 리스크 사전 감지… 특정국가·기업서 다변화 나서야"
![[오늘의 DT인] 국내 대표 구매혁신 전문가… "공급망 요동, AI·빅데이터로 극복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402102131092001[1].jpg "[오늘의 DT인] 국내 대표 구매혁신 전문가… \"공급망 요동, AI·빅데이터로 극복해야\"")
최정욱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공급망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구매 전략을 재편하고 디지털 조달 시스템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국내 구매 분야 권위자이면서 AI 기반 공급망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엠로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최정욱(사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구매 프로세스를 자동화함으로써 기업들은 보다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보호무역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까지 맞물리며 원자재와 부품 구매 비용이 급등했다. 기존의 글로벌 밸류체인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미국은 리쇼어링 정책을 강화하며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기업에 세금 감면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멕시코, 동남아, 중국 등에서 부품을 구매하던 기업들도 미국 본토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구매망을 재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최 교수는 "트럼프2.0 시대에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미국이 관세 정책을 강화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제재를 늘리면서 기업들은 미국 내 또는 우방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구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탈중국'은 이제 선택이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인도, 멕시코 등으로 생산과 구매 거점을 이동하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 역시 미국 수출을 위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확보가 기업 생존의 핵심 과제가 됐다.
하지만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비용이 상승하고 새로운 공급업체와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최 교수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최적의 구매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공급업체의 신뢰도를 평가하고 품질 및 납기 이력을 비교해 기업이 최적의 파트너를 선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AI 기반 조달혁신은 단순한 비용 절감 효과를 넘어 공급망 관리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특정 국가의 공급업체에 의존하며 구매 전략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밀하게 다변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 교수는 "기업이 AI 기반 구매 시스템을 도입하면 공급업체 평가, 가격 예측, 리스크 분석 등에서 훨씬 정교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며 "과거에는 구매 담당자들이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발주 결정을 내렸지만 AI가 최적의 발주 타이밍과 수량을 자동 분석하고 조정하면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급망 최적화만으로 기업들의 숙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AI가 공급망을 정교하게 다듬더라도 ESG 규제 강화라는 또 다른 과제가 놓여 있다. 유럽연합(EU)은 '공급망 실사법'을 도입해 기업들이 공급망 내 노동 환경, 인권, 환경 영향을 면밀히 평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탄소세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기업들은 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 교수는 "ESG 규제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구매 과정에서 공급업체의 ESG 리스크를 평가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망 실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기업들은 공급업체의 노동 환경과 환경 기준 준수 여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도 ESG 규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ESG 규제 준수는 단순한 법적 요구 사항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공급망 관리에 있어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기업들은 협력업체 ESG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급망 내 탄소 배출량 및 노동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구매 전략에 ESG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었지만 앞으로는 중견·중소기업에도 ESG 준수 요구가 확산될 전망이다.
최 교수는 "이제 조달·구매 담당자는 단순한 발주자가 아니다.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구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AI와 ESG 기준을 활용한 구매 혁신이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들이 공급망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이 필수적이다. AI·빅데이터 기반 조달 시스템을 구축해 공급업체 평가, 발주 최적화, 리스크 분석 자동화를 해야 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다중 구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 ESG 규제 준수를 위한 공급업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최 교수는 "기술을 활용한 선제적 대응이 필수"라며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앞으로 AI·빅데이터·ESG가 구매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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