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시리아 대규모 유혈사태, 끝나지 않는 국민 고통](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102102269061002[1].jpg "[외신사진 속 이슈人] 시리아 대규모 유혈사태, 끝나지 않는 국민 고통")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축출하고 내전 종식을 선언했던 시리아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무장세력과 과도정부 간 충돌로 나흘 새 1300여 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리아 국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9일(현지시간) 분쟁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지난 6일 이후 친아사드 무장세력과 과도정부 간 충돌로 나흘간 1300명이 넘게 사망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가 아사드 정권이 전복된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었습니다. 이날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은 "우리는 민간인 유혈 사태에 연루되거나 국가 권한을 침범한 이들에게 단호하게, 관용 없이 책임을 묻겠다"면서 "옛 정권의 잔당은 즉각 투항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일 시리아 서부 해안도시 라타키아의 자블레 마을 일대에서 아사드 전 대통령에 충성하는 무장세력이 과도 정부군을 기습하며 시작됐습니다. 라타키아 일대는 아사드 전 대통령 가문의 출신지로, 아사드 정권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던 시아파 이슬람의 한 분파인 알라위파의 근거지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을 전복한 과도정부는 강도 높은 군사작전을 통해 무장세력을 진압하고 이들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분쟁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번 사태의 근저에 종파 간 혐오가 깔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리아에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등 여러 종파가 혼재해 있습니다. 아사드 정권 때는 시아파의 소수 분파인 알라위파가 권력을 쥐고 있었지만, 과도정부를 이끄는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알카에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사드 정권이 전복된 이후 종파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요.
HTS가 과도정부를 세운 이후 소수 종교 보호와 민족·종파 간 화합을 공언해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그러나 알라위파에서는 그동안 잔혹한 통치를 해온 아사드 가문에 대한 보복이 자신들에게 이뤄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만연합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실제로 라타키아 지역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SNS)상에는 과도정부군이 알라위파 지역을 지나며 공중에서 총을 쏘고 주민들을 '돼지'라고 부르는 장면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영상에는 과도정부군이 헬리콥터에서 폭탄을 던지는 장면도 담겨 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국제사회의 어엿한 일원으로 인정받는 '정상국가'를 수립하려는 과도정부의 노력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아사드 정권 당시 취해진 국제사회의 제재를 해제하고 HTS에 대한 테러단체 지정도 해제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시리아에 취해진 제재를 일부 해제했지만, 미국은 HTS에 대한 테러단체 지정은 아직 해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방이 시리아 새 정부에 포용적 정책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종파 간 화합을 이루고 유혈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서방과의 관계 개선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종파 간 혐오의 뿌리가 워낙 깊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싱크탱크인 센추리 인터내셔널의 아론 룬드 연구원은 이번 유혈사태를 '나쁜 징조'로 해석했습니다.
시리아 국민들은 13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이미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럼에도 지금도 국민들은 폭력과 분쟁 속에서 삶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누릴 날은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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