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49분쯤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교량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놨던 50ｍ 길이 철 구조물(빔) 4개가 차례로 무너졌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중상 5명, 경상 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숨진 작업자는 40대, 50대 한국인 2명과 50대, 60대 중국인 2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6명(한국인 5명·중국인 1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번 사고는 작업자들이 왕복 6차로의 교각에 빔 설치를 위해 장비를 이동하던 중 철제 구조물이 무너졌고, 교각 위에 설치된 가로 콘크리트 지지대가 땅 아래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교각 높이는 구간별로 다르지만, 최고 52ｍ이며, 상판이 떨어진 구간 거리는 210ｍ로 알려졌다. 당시 지상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상판이 사라지면서 현재 교각과 2개의 기둥이 연결된 대형 구조물 5~6개만 남았고, 상판을 받쳤던 대형 철제 빔도 휘어졌다.
사고 당시 해당 장소를 지나가던 A씨의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이 공개됐다. A씨의 차가 천용천교 건설 현장 아래를 지나간 직후 교량 상판이 마치 태권도 선수가 송판을 격파하듯 가운데 부분이 두 동강 나며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르르 쾅쾅 대포 터지는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봤는데 사고가 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상판을 받치고 있는 교각은 두 개씩 짝을 지어 일렬로 서 있는데, 위에 올려진 상판이 시차를 두지 않고 거의 동시에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장면을 본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는 편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빔 하나가 무너지면서 연결된 다른 빔들이 줄줄이 도미노처럼 떨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B씨의 친형 C씨는 전날 오후 B씨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그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으로 급히 달려왔습니다.
C씨에 따르면, B씨는 개인 사정으로 중국에 있는 아들과 떨어져 살았다고 한다. 평소에는 한국에서 근무하다가 종종 중국에 찾아가 그리운 아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아들도 이날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히 한국에 올 채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동생(B씨)이 서울에 살고 있는데 일을 하려고 안성에 있는 현장까지 왔던 것 같다"면서 "오늘 오후에서야 가족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들었다"고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C씨는 "동생을 마지막으로 본 게 구정 전이었다"며 "아들도 나이가 아직 어린데 걱정된다. 너무 경황이 없고 힘들다"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전날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사 시공 현장의 인명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부상을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모든 노력과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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