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일빌딩서 '제7공화국 개헌' 화두로 시국토론회
淵 "극단정치로 대한민국 위기, 외면 못하는 제 충정 호소"
'정부파탄' '巨野폭주' '사법불신' '국민분열' 해소 대상
대선 맞춘 분권형(책임총리제) 개헌론…'明 방탄' 직격도
淵 "극단정치로 대한민국 위기, 외면 못하는 제 충정 호소"
'정부파탄' '巨野폭주' '사법불신' '국민분열' 해소 대상
대선 맞춘 분권형(책임총리제) 개헌론…'明 방탄' 직격도
이 전 총리는 이날 광주 동구 전일빌딩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여는 제7공화국 시국토론회' 기조연설자로서 "지금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마저 두둔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호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예정된 비극'으로 끌고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계엄선포를, 민주당이 사법리스크를 정리하지 않은 채 대선에 임한다면 대선 후에도 지금같은 혼란이 계속되거나 진영만 바꿔 이어질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이 대표의 재판을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지연시키는 '법꾸라지' 행태에 국민은 진저리친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최장수 총리와 여당이던 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제20대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경쟁했지만 2위로 패했고, 2023년말 친명(친이재명)계와 갈등 끝에 탈당했다. 지난해 4·10 총선 전 새로운미래(새미래민주당 전신)를 창당해 초대 대표를 지냈다.
총선 땐 광주 광산을에 출마했으나 10%대 득표율로 민주당 주류 측 후보에게 참패했고, 당 소속 지역구 당선자 1명(김종민 현 무소속 의원)만 배출하는 데 그쳤다. 새민주당 상임고문으로 2선 후퇴했던 그는 탄핵 반사이익을 상쇄한 반명(反明) 정서 고조와 맞물려 등판한 모양새다.
이 전 총리는 "광주시민의 매서운 질책을 받은 뒤 조용히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 선거에서 '정치를 혁신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불행히도 제 우려는 현실이 됐다"며 "대한민국 위기를 외면할 수 없는 제 충정을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입법·사법부가 모두 허물어지고 있다. 국민은 예전보다 더 극심하게 분열했다. 한해 자영업자 100만명이 폐업할 만큼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며 "북한 동향과 미국 트럼프 정권의 관세전쟁 등 외부환경이 심상찮다. 한류로 쌓아올린 국가이미지가 계엄으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총체적 위기가 몰려와도 대처하긴커녕 지금 우리는 정치로 내전을 치른다"며 '정부의 파탄'과 '거대야당의 폭주'를 짚었다. 윤 대통령의 '5·17 쿠데타 이후 44년 만에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고위공직자들 실태를 본 국민은 '저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겼나' 한숨 쉬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저는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비판에 대한 '반국가세력' 규정과 이념논쟁 빈발 △외교무대에서 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동 △이태원 참사·채상병 순직 대처에 무책임 △의대 대폭증원 결정으로 의료계 혼란 초래 등을 지적했다.
'거대야당 폭주'에 관해서도 이 전 총리는 "171석을 얻은 제1야당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을 29회 발의해 13건 의결했다. 입법도 독주했다"며 "정부 제출 예산안에서 대통령실·감사원·검찰·경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등을 전액 삭감하고, 몇 가지 민생예산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 폭주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서"라며 "이 대표는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고 있고, 선거법 위반사건은 1심 피선거권 박탈형 선고 후 2심 진행 중"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입법권력을 악용해 전례없이 다양하고 집요하게 이어져 법치주의·삼권분립을 훼손했다"고 직격했다.
나아가 "거대야당은 탄핵·입법·예산삭감 등으로 윤 대통령을 끊임없이 압박했고 윤 대통령은 25차례나 거부권으로 '방탄'했다"며 "분명히 계엄은 윤 대통령의 망상과 오판에서 비롯된 중대 실책임에도 거대야당의 집요한 압박이 그의 비상식적 심리상태를 더욱 악화시켰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행정·입법부 '권력 충돌'에 이어 '사법부 불신'도 정치적 내전 요소로 들었다. 특히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과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부"에 책임을 시사한 뒤 "사법부 불신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재판과 관련된 (권순일 전)대법관 매수 의혹에서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또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법원 청사가 시위대 공격을 받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국민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헌재와 법원 판단이 나온다면 국민이 온전하게 승복할지 걱정된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 등 헌법재판에서 절차적 공정성·정당성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리는 '국민 분열' 우려도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선 '파면요구' 여론이 시종 압도했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찬반의 격차가 좁아졌다. 헌재와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하건 국민 분열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
그러면서 "우리 민주주의에 잠재돼 있던 약점과 위험요인도 동시에 드러났다"며 "이를 최소화하고 오랜 숙제를 해결하며 '제7공화국'을 여는 국민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결단 없이 이대로 간다면, 우리는 '예정된 비극'을 겪으며 침몰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헌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87년 체제 종식론' 배경으로 "1987년 6월 항쟁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통해 1인 장기집권을 끝내고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는 데 기여했다"면서도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켜놓은 결과로 많은 대통령이 불행한 결말을 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헌법이 시행되고 지금까지 38년 동안 8명의 대통령이 나왔다. 그중 네분이 감옥에 갔고, 두분은 아들을 감옥에 보냈다. 한분(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다가 참담한 일을 당했다. 세분이 탄핵 소추돼 한 분은 파면됐고, 한 분은 심판을 받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이어 "8명 중 문재인 전 대통령만 그런 불행을 겪지 않았으나, 그분도 퇴임 후 이런저런 곤욕을 치렀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영광의 자리가 아닌, 불행이 예약된 자리처럼 됐다"며 "이 헌법을 고치지 않고 대통령을 뽑으면 그 대통령이 불행을 겪을 가능성은 전임자들보다 높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전 총리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호소하며 "대통령 권한을 책임총리 등에게 제도적 분산하고, 계엄요건 강화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포함하자"고 했다. 이어 "대선 이전 개헌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이루고 국민투표를 대선과 함께 실시하자. 헌법상 120일이면 개헌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그는 "민주당 계열 역대정당은 당내민주주의가 활발한 편이었으나 요즘 몇년 사이 민주당은 그 자랑스러운 전통을 버리고 전례없는 '일극체제' 늪에 빠졌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없어지고, 폭력적·배타적 언동이 인기를 끄는 지금 당내문화론 극단정치를 청산할 수 없다"며 이 대표를 재차 겨눴다.
지역 유권자들을 향해선 "역사의 고비마다 호남인들이 국가를 바로 세워주셨듯이, 이번에도 여러분이 대한민국을 침몰의 위기에서 구출하는 데 앞장서 주시라"며 "총체적 위기가 몰려왔는데도 내전만 계속하는 극단정치를 끝내고, 국민생활과 국가생존을 우선하는 책임정치로 가도록 함께해 달라"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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