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국회 이차전지포럼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법안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골자는 기업이 시설 투자나 연구개발(R&D)을 할 때 발생하는 세액공제를 즉시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직접환급제도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법인세 세액공제 지원 방식은 적자 기업이 지원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설비 투자를 했음에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기업은 SK온을 비롯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다수에 달합니다.
배터리 산업은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생산 수율 조정 등의 문제로 인해 일정 기간이 지나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현행 세제 지원 정책은 이러한 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격전지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 미국, 유럽, 일본은 대규모 현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자국 배터리 산업을 육성 중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입니다.
현금 환급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IRA입니다. IRA의 첨단부품세액공제(45X)는 2023년부터 10년간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을 미국 내에서 제조하고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세액공제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해주는 제도입니다. 또 제3자 양도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도 2024년도 예산안 발표를 통해 올해부터 고부가가치 경제 활동 육성을 위해 환급 가능한 투자 세액 공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자 금액의 최대 50%를 지원하고 우선 납부할 법인세와 상계한 이후 남은 세액공제액을 기업이 세액공제 제공 조건을 충족한 시점으로부터 4년 이내 현금으로 환급할 예정입니다.
프랑스는 녹색산업투자 세액공제의 일환으로 올해 12월 31일까지 승인된 에너지 분야의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의 투자 계획을 대상으로 기업당 최대 3억5000만 유로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합니다. 법인세와 상계하고 남은 초과액을 즉시 현금 환급하고 있습니다. 세액 공제 유형도 건물, 시설, 장비, 기계 등의 유형 투자와 특허권, 라이센스 등의 무형 투자 모두 가능합니다.
여기에 프랑스는 1985년도부터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 관련 지출에 대해서도 환급형 세액 공제 형태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R&D 투자 비용이 1억유로 미만일 경우에는 30%, 1억 유로 초과분에 대해서는 초과금액에 대해 5%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적격 R&D 지출이 있는 경우 해당 회계 기간에 R&D 투자 비용에 대해 2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법인세 등 차감할 수 있는 세금을 모두 상계한 이후 잔액에 대해서 현금으로 신청 연도에 환급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는 시설투자뿐 아니라 R&D 지원 역시 부족한 실정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매년 1조원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고 향후에도 매년 지속 투자할 예정이지만 현행 제도는 인건비와 재료비 정도만 대상으로 지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배터리 산업에 30%의 투자 보조금을 지원하는 데다 LFP(리튬인산철)에서 나아가 차세대 배터리를 대상으로 프로젝트별로 R&D 지원까지 하고 있습니다. 자국 기업에게 저리 대출과 무상에 가까운 토지 제공에 낮은 인건비와 내수 시장 효과로 생산 비용을 대폭 낮추며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그 결과 CATL은 1년 마다 약 1조원의 유무상 지원을 받아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은 점유율 26.1%로 1위를 지켰습니다. 중국 내수가 중심인 BYD도 글로벌 공략을 본격화에 6위까지 올라섰습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외치는 이유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현재 전기차 캐즘과 중국의 저가 공세,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에 더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 부족까지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승태 배터리산업협회 실장은 "현재 배터리 업계는 지금 사실은 죽음의 계곡을 넘고 있습니다"며 "이 계곡을 넘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에서 호흡기를 달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현금 환급과 제3자 세액공제 양도제는 유일한 대안이자 업계의 간절한 소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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