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크래프톤 인도 퍼블리싱 실장 인터뷰
인도 모바일 게임 비중 93%...2029년 92억달러 규모로 성장
성공 키워드는 '다양성'...22개 언어 등 세부적 이해도 필요
BGMI로 수익 확보, 다양한 장르작 출시로 시장 영향력 확대
크래프톤이 신흥 게임 시장인 인도에서 모바일 게임의 영향력을 확대한다. 올해 강력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서비스를 주축으로 인도에서 더 넓은 이용자층으로 다가갈 수 있는 퍼즐, 하이퍼 캐주얼 장르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2020년부터 인도 이용자 공략에 공들여온 크래프톤은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인도 퍼블리싱 기업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이민우(사진) 크래프톤 인도 퍼블리싱 실장은 최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인도 시장의 현 트렌드와 이를 반영한 크래프톤만의 전략을 밝혔다.
인도의 '국민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로 인지도를 쌓은 크래프톤은 BGMI의 퍼블리싱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달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를 통해 향후 5년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자체 제작 투자 확대 △퍼블리싱 볼륨 확장 △자원 배분의 효율화를 꼽았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게임을 선보이며 외연성장하겠다면서 '퍼블리싱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크래프톤은 2020년 인도 법인을 설립한 이후 퍼블리싱, 마케팅, QA, 디자인, 법무 등 각 분야 전문가 100명을 고용하며 준비를 마쳤다.
크래프톤 인도법인은 퍼블리싱 관련 의사결정과 사업방향을 결정할 때 상당 수준의 독자성을 보장받고 있어 인도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게임에 반영하고 있다. 이 실장은 2019년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전략팀에 합류한 이후 2022년부터 지금까지 퍼블리싱 실장을 맡고 있다.
크래프톤이 퍼블리싱 진출 시장을 인도를 낙점한 것은 'BGMI'의 성공 때문이다. BGMI는 2021년 7월 인도 시장에 첫 출시됐으나 외교적 문제로 서비스가 중단됐고, 2023년에 재개됐다. 한편, 인도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이 전 세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위에 달한다.
이 실장은 "BGMI는 2021년 인도 출시 후 현재까지 2억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게임이 됐다. 이스포츠 대회도 공중파로 중계되며 최고의 이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선수들은 글로벌 소비재와 스마트폰 기업의 광고 모델로 활약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선수들이 글로벌 브랜드 광고의 얼굴이 되고 경기가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으면서 BGMI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인도 젊은 세대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배틀그라운드를 모바일로 완벽하게 구현해냈고, 뛰어난 게임성과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 방식이 유저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줬다"며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며 실시간 글과 음성 채팅도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기능은 BGMI를 단순한 오락이 아닌 소셜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인도 이용자들은 친구들과 배틀그라운드의 전장을 누비며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는 그 자체를 즐긴다"고 성공 이유를 이야기했다.
특히, 인도는 한국처럼 '모바일'이 대세인 게임 시장이다. 지난해 모바일 앱 다운로드 수가 152억건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며 게임도 같은 해 30억달러를 기록, 2029년에는 9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모바일 게임은 인도의 전체 게임 시장 중 93%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이 실장은 "인도의 거대 기업인 지오(Jio)가 시작한 통신 요금 인하에 따라 일일 2GB 데이터 기준 4G 선불 요금제가 월 4000원 미만이다. 또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발전하는 등 모바일 게임을 즐길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소득으로 인해 디바이스와 게임 구매에 큰 돈이 필요한 PC나 콘솔 시장 규모는 매우 작다. 이러한 환경 요인으로 다른 국가와 달리 PC·콘솔 시장 형성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진 특이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시장이 활성화된 인도는 소셜미디어(SNS) 관리가 더욱 효과적인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인도 이용자 10명 중 5명은 모바일 게임을 SNS로 알게 됐다.
이 실장은 "현재 BGMI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은 엄청난 이용자 수와 뷰어십을 갖고 있다. BGMI 공식 유튜브의 구독자는 536만명이며 이스포츠 채널 구독자도 148만명이다. 또한 수 백명의 공식 파트너 인플루언서들은 각자의 채널로 BGMI를 홍보하고 있다"며 "현재 고민은 SNS 채널의 인기를 크래프톤의 신작 게임에 어떻게 이식할지, 파트너 인플루언서를 잘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무언인지 등"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톤 인도는 성공을 위한 핵심 키워드를 '다양성'이라고 했다. 22개의 공식 언어를 비롯해 다양한 인종, 문화, 종교를 가진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에 현지 이용자 공략을 위해서는 다양한 세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세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인도에 통할 것 같은 보편적인 콘텐츠만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예를 들어 한 글로벌 OTT 기업이 인도에 야심차게 진출했으나 지역별로 성과가 크게 차이가 났다. 특히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남부 지역에서는 상당한 사업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인도는 게임 컨텐츠나 홍보에 있어 역사, 사회, 종교, 문화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주변 국가들과의 지정학적인 이슈들도 잘 고려해야 한다. 인도의 다양성과 복잡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큰 이용자의 반발과 이슈를 경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크래프톤 인도는 뱅갈, 타밀, 칸나다, 말라얄람 등 다양한 언어를 쓰는 지역을 위해 해당 지역의 마케팅 에이전시와 함께 다양한 현지화 콘텐츠와 광고를 제작했으며 현지에서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실장은 "'로드 투 발러: 엠파이어스'라는 인도 세력을 새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 출신의 크래프톤 인도 직원들이 모여서 오랜 시간 캐릭터들의 컨셉을 잡고 직접 디자인했다"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 직원들도 인도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인도의 역사, 문화, 종교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인도 세력을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고 게임의 트래픽 지표가 2배 가까이 성장하는 성과도 냈다"고 밝혔다.
'인도 퍼블리싱 게임사'를 강조한 크래프톤은 지난해 '아처리 킹(Archery King)'과 쿠키런을 인도에 선보였다. 두 게임은 BGMI와 결이 다른 장르의 모바일 게임이다.
이 실장은 "인도는 슈팅, 퍼즐, 하이퍼 캐주얼이 대세다. 지금까지 인도 시장을 주요 시장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한 글로벌 게임사가 거의 없었기에 타 국가에서 큰 규모의 이용자 층을 가진 장르도 인도에서는 아직 생소하다"며 "아직 조명받지 못했던 다양한 장르의 우수한 게임들을 발굴, 크래프톤의 강력한 현지 퍼블리싱 역량을 더해서 인도에 출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전략으로는 "이용자가 게임을 인지하고 탐색하고 다운로드하고 플레이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단계들을 현지 이용자의 기대에 맞게 설계하고 조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쿠키런 인도 서비스는 인도 디저트인 굴랍자문과 카주카틀리를 형상화한 캐릭터와 인도 전용 맵을 출시했으며 BGMI에서는 다양한 현지 IP와의 콜라보를 비롯해 안전운전, 오토바이 헬멧 착용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니 게임들을 선보였다.
올해 크래프톤 인도는 흥행 중인 BGMI의 성장과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구한다.
이 실장은 "다양한 투자와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핵심 게임인 BGMI의 지속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 BGMI의 이용자 규모를 더욱 확장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신규 이용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스포츠, 하이퍼캐주얼 장르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다른 장르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새로운 게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제2의 BGMI가 될 수 있는 게임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직 PC 게임을 서비스할 계획은 없으나, 크래프톤이 다양한 PC 게임을 개발 중인만큼 인도에 잘 맞는 게임이 있다면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